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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경제지의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 보도, 따옴표도 안지켜보고서 내용 출처는 '언론에 따르면'인데 "미 국무부가 비판"…국가보안법·노동권 인권침해 문제에는 침묵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3.20 11:2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 국무부가 '문재인 정부가 탈북단체의 북한 비판을 막았다'는 내용의 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는 보수·경제지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보도가 과장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한국 보수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것인데, 일부 표현을 바꿔 미 국무부가 직접 한국을 비판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권보고서에 언급된 국가보안법 인권침해 문제, 여성인권 문제, 난민불인정 문제, 노동문제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수·경제지가 이 같은 내용들에 침묵한 채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골라 과장보도했다는 지적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0일 tbs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 국무부가 발간한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대해 우리 언론의 전형적인 보도행태가 보이고 있다"며 "미국에서 무슨 보고서가 나오면 대단한 것처럼 보도를 하는데, 애초에 한국언론 보도를 인용하거나 외국언론이지만 한국지사에 쓴 기사를 인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 '2018년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조선·중앙·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보수·경제지들은 미국이 '문재인 정부가 탈북단체의 북한 비판을 막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사설] '韓 정부가 탈북 단체 억압한다'고 美 비판 받는 세상> 조선일보 오피니언 39면. 2019/03/15.

실제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 한국편에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언련은 미 국무부 보고서 내용의 경우 한국의 보도와 탈북단체들의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이를 보도하려면 국무부 인권보고서에서 인용된 내용이 검증된 내용인지, 누구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이었는지 알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정부 관계자가 탈북자들과 접촉하여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보도들이 있었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문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대중 연설에 참여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판을 줄이라는 직‧간접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장에 따르면 이런 압력들의 예시로는, 2017년 12월에 20년간 이어진 탈북자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끊고, 경찰들이 대북 전단 풍선을 막은 것, 경찰들이 탈북자 단체를 방문하여 재정과 운영 정보를 요구한 것이 있다." -미 국무부 2018년도 국가별 인권보고서 중

보고서 원문 내용을 보면 이와 같이 '보도들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탈북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등의 표현이 명시돼 있다는 게 민언련의 지적이다.

민언련은 관련 신문 모니터링에서 "미 국무부가 국내언론과 탈북자 단체들의 주장을 인용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국내에서 만든 정보가 미국의 입을 통해서 다시 나오면, 그때부터 우리 언론이 대단히 권위 있는 엄중한 정보라도 되는 양 포장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북단체의 북한 비판을 막았다'는 식의 한국 보도들 중에는 오보로 판명난 보도도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월 평창올림픽 당시 <정부 "태영호, 올림픽 기간 공개활동 자제해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등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탈북 인사들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공개 활동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부 "태영호, 올림픽 기간 공개활동 자제해달라">조선일보 종합 01면. 2018/01/24.

그러나 보도 당일 태영호 전 공사가 당시 자문역을 맡고 있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는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태 전 공사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태 전 공사는 정부 또는 공안당국으로부터 어떠한 권고나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통상적인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당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김 사무처장은 "보고서의 한국 파트는 전체 31페이지인데 보수언론이 인용한 내용은 모두 합쳐 1페이지가 채 안된다"며 "나머지 30페이지를 보면 국가보안법 인권침해 지적, 여성인권 문제 2페이지 반, 난민불인정 문제 1페이지, 노동문제 7페이 반 등인데 이런 건 (보도에)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권보고서는 우선 국가보안법을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인권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돕거나 반체제적인 활동을 범죄화한다. 정부는 이 법을 사용하여 시민들을 체포·구금했고, 외국인을 추방했으며 정당을 해산시켰다"고 적시했다. 

이어 인권보고서는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국면에 들어가면서, 북한에 긍정적인 미디어 노출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2월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한 위인맞이환영단 김수근 단장 인터뷰 사례를 언급했다. "김정은을 '유능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김수근 씨를 야당이 공격했지만, 연말까지 아무도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게 인권보고서의 평가다. 

<[사설] 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한 KBS '오늘밤 김제동'> 중앙일보 2018/12/7.

또한 인권보고서는 '노동자 권리' 항목 중 노동자 파업권에 대해 "너무 협소한 노동쟁의의 법적 정의 때문에, 구조조정이나 대량해고 같이 경영권 아래 있는 많은 사안들에 대한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된다"며 "주로 노동조건이나 임금, 복리후생, 노동시간 등을 다루지 않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KBS '오늘밤 김제동'에 김수근 단장이 출연하자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매체는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노동자 파업 이슈 역시 보수·경제지가 비판적으로 다루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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