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의 2010년은 그야말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올해 초 그 어느 누구도 여자 축구가 이렇게 뜰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이날의 영광을 쓰기 위해 묵묵히 연습하고 또 달렸습니다.

그리고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를 시작으로 U-17 여자월드컵 우승, 피스퀸컵 우승에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아시안게임 출전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정말 화려한 1년을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아시안게임에서 목표로 내걸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사상 첫 메달 획득이었고, 그만큼 선수들의 노력이 대단했기에 상당히 의미 있고 값진 메달이었습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이 22일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중국과의 3-4위전에서 전반 박희영(대교)과 지소연(한양여대)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고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이번 경기 승리로 중국전 5년 만의 승리 그리고 아시안게임 첫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며 화려하게 이번 대회 그리고 올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 여자 축구 대표팀 ⓒ연합뉴스
성적도 성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여자 축구가 '경쟁력 있는 팀이다'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은 정말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올해 초 열린 동아시아컵, 5월에 열린 아시안컵 때까지만 해도 한국 여자 축구는 변방 수준을 넘어서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북한,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강뿐 아니라 호주가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우승을 차지하며 그야말로 '4강' 체제를 구축한 반면 한국은 크게 두드러지는 강점 하나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잠재력만 있다는 평만 듣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경쟁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여자 축구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2006년부터 성인 대표를 뛰고 있던 지소연은 U-20 월드컵에서 득점 2위를 차지하며 MVP 2위에 오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성숙해진 기량을 선보이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여자 축구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또 김나래나 권은솜, 문소리 같은 선수들도 당장 성인대표로 뛸 수 있었을 만큼 경쟁력 있는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주목받았습니다.

또 곧바로 성인 대표에 뛰지 않았지만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우승을 거머쥔 17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서도 여민지, 이금민, 김아름 등도 동급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실력을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기존 성인 대표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야말로 신-구 조화가 빠르게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전력이 극대화되면서 그 어느 누구도 이기기 힘든 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아시안게임에서 그대로 드러났고, 마침내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수확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여자 축구에 아주 정통한 지도자의 역할도 컸습니다. U-20 여자월드컵 3위로 성인 여자 대표팀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린 최인철 감독이나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끈 최덕주 감독 모두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도자'로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석하고 연구하며 여자 축구가 몇 단계 이상 성장하는데 큰 일을 해냈습니다. 선수와 지도자가 한데 어우러져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면서 여자 축구는 세계 대회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남자 축구 이상의 실력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화려한 한 해를 보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성장이 얼마나 잘 이뤄졌는지는 경기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역대 전적 1승 1무 22패였던 중국을 상대해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1승 1무 성적을 거두며 오히려 우세한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또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 호주에도 지난 피스퀸컵 결승전에서 2-1 승리를 거뒀고,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북한에게는 아시안게임에서 1-3으로 지기는 했지만 후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유영아의 골로 1-1 균형을 이루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는 등 선전을 펼쳤습니다. 청소년 대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유럽, 남미, 북중미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한국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꾸준하게 잠재력을 갖고 노력한 끝에 한꺼번에 터진 결과물들입니다.

이제 한국 여자 축구는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가려 할 것입니다. 바로 2012년 런던올림픽,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2015년 월드컵이 그 무대입니다. 그리고 질적으로는 WK리그의 성장, 이를 통해 여자 축구의 저변이 더욱 확대돼서 마음 놓고 축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일 겁니다. 아직 이 모든 것을 이루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지만 여자 축구가 정식으로 도입된 지 20년 만에 청소년들이 세계 정상을 밟았듯이 한단계 한단계 밟아나가는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면 여자 축구는 그야말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커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만큼 2010년 여자 축구는 상당히 의미 있는 한 해였고, 그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제대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인상에 남을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동메달은 또 다른 희망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값진 메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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