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결이 술도 안 먹었는데 매리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방실장과의 노예계약 때문에 화가 나고 머릿속이 복잡하던 중에, 매리와의 가짜 결혼 사실을 의심하는 정인과 매번 반복되는 그런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확실히 정인의 앞에서 매리에게 키스를 함으로서, 더 이상 의심하며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무결은 단순히 짜증이 나고 매번 반복되는 그런 상황이 귀찮아서, 정인의 앞에서 매리에게 키스를 해버린 것일까요?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이 의리라고 하는 매리. 매리가 철없는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듯이, 무결 역시 철없는 어머니 때문에 고생을 해봐서 일까요? 그렇게 가족은 의리로 사는 거라는 매리의 말이 의미 있게 와 닿는 무결입니다.
17살의 어린 나이에 무결을 낳은 철없는 엄마 탓에, 무결은 엄마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는데요.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집밥 한번 먹어보기는커녕, 매번 사고치고 돌아와 엄마란 이름으로 돈을 뜯어가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결코 미워하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또 엄마였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렇게 항상 무결은 엄마라는 포근함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리가 뜨개질로 짜주는 장갑. 비록 덜 짜여진 장갑이었지만, 자신을 위해 뜨개질로 장갑을 만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무결은 무언가 따스함을 느낍니다. 그것이 어쩌면 어릴 적 자신이 꿈꾸어오던 엄마의 따스함, 추운 겨울 아이를 위해 뜨개질을 하는 그런 상상속의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는지도 모르죠.
경쟁 속에 불붙은 남자의 소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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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떼를 쓰며 찾아오던 매리가 정인과 1박2일을 보내며 자신의 집에 오지 않은 것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박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무결은 매리와 실제로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죠. 그렇게 무결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귀찮기만 하던 매리가 오지 않은 것이 겉으로는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속으로는 허전함과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둘이 하룻밤을 보내고 오더니, 갑자기 정인이 무결에게 긴장하라고 선전포고를 합니다. 분명 그 둘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데요. 그동안 정인은 매리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결은 아무런 긴장감도 느끼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실 무결은 매리와 진짜 결혼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긴장할 필요도 없었죠.
무결은 다른 남자 앞에서는 그렇게 꾸미고 치장을 하고 있는 매리의 모습을 보고 자존심이 상하게 됩니다. 물론 매리가 정인에게 잘 보이겠다고 그렇게 꾸며 입은 것은 분명 아니지만, 그런 명품을 입고 있는 매리가 자신의 눈에도 이뻐 보이고, 자신의 형편과는 너무도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무결은 자신이 매리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정인이 해주는 것만 같아 위기감을 느낍니다. 남자로서 돈 때문에 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무결은 매리를 사랑하는 것일까?
무결은 매리가 귀찮지만 싫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귀엽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아닙니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존재입니다. 가족 같고 엄마 같고 마누라 같은 행동을 합니다. 가족으로서 의리를 지켜야 할 것만 같습니다. 자꾸만 귀찮게 하다 보니 정도 듭니다. 그리고 맘이야 어떻든 정인에게만은 뺏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랑일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리와의 결혼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수동적이고 철저히 방관자 입장을 고수하던 무결이 능동적인 참여자 입장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짜증나고 귀찮지만 가짜 결혼이라고 밝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막막하고 머릿속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매리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가짜 결혼을 유지하며 키스로 입증까지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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