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1박2일>이 폐지 위기에 몰렸다. 정준영 사태로 제작 중단까지 선언하며, 그가 출연한 지난 방송에 대해 VOD 서비스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건 초기 이미 찍은 정준영 분량을 삭제한 후 2회 분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대응 수위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정준영 사태는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범죄이고, 정준영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너무 당연하다. 이후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준영 사건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각 자체도 뿌리를 뽑을 계기가 되어야 할 사건이다.

‘1박 2일’ 김준호·차태현 내기골프 정황…담당 PD 방관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밤 이후 <1박2일> 차태현과 김준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KBS 뉴스9>에서 이들이 내기 골프를 즐겼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정준영에 이어 차태현과 김준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1박2일>이 폐지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연이어 추문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램이 존속해야 할 그 어떤 명분이나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 골프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벌어졌다고 소속사는 밝혔다. 지인들과 골프에서 내기 골프 금액을 걸기는 했지만, 실제 가져오는 일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돈은 오갔지만 게임이 끝나면 돌려줬다는 주장이다.

주장은 그저 주장일 뿐이다. 그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차태현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차태현 측에서 말하듯, 그저 장난으로 주고받고 돌려준 수준이라는 말을 믿고도 싶다.

‘1박 2일’ 김준호·차태현 내기골프 정황…담당 PD 방관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KBS 뉴스9는 이들이 상습적으로 내기 골프를 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 차례 장난으로 한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런 행동들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상습적일 경우 도박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정리까지 했다.

KBS 뉴스9 보도의 핵심은 <1박2일> 멤버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했다는 의미다. 정준영은 성희롱적인 발언들을 그 안에서도 쏟아냈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저질렀다면 문제가 크다. 내기 골프를 하면서 스스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반복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김준호는 2009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방송에서 퇴출되었다 복귀했다. 그런데 여전히 김준호는 당시 도박의 시선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KBS는 당장 김준호가 출연하는 <개그콘서트>에서 그의 분량을 통편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태현은 출연하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후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김준호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방송 활동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정준영 논란으로 차태현과 김준호가 억울하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습적이고 금액이 클 경우 내기 골프도 도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최소한 차태현과 김준호의 카톡 내용을 보면 한 번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수백 만 원이 오가는 내기 골프를 쳤다. 돈을 돌려줬다 주장하지만 그건 그저 주장일 뿐이다.

KBS 뉴스9는 당시 단톡방에는 담당 피디도 함께 있었지만, 이런 행위에 대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해당 피디는 퇴사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그들이 성희롱 발언과 내기 골프와 같은 행위에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사건이 경찰 조사까지 이어질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해외 원정도박으로 퇴출까지 되었던 자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내기 골프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들 사이에 도덕 감수성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1박2일>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공영방송의 선택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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