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이사회에서 의결된 'KBS 2018년도 결산안'을 두고, 소수이사 측이 KBS의 적자를 비판하며 현 경영진과 언론노조 KBS본부, 다수이사들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내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소수이사들은 다수이사들이 특정 권력 집단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식의 KBS이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해 다수이사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다수이사를 조종하는 권력집단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소수이사측이 자유한국당과 공조해 이 같은 비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의도 KBS 사옥(KBS)

13일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는 소수이사 측의 성명서를 두고 다수이사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앞서 '2018년도 KBS예산안'이 의결된 직후인 지난달 27일, 서재석·천영식·황우섭 등 소수이사 3인은 KBS 사내전자게시판(코비스)에 '처참한 경영실적, 양승동 체제에 KBS 미래를 계속 맡길 수 있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게재했다.

이들은 지난해 KBS의 사업손실 585억 원을 언급하며 "전임 고대영 사장이 물러나기만 한다면 곧바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회복될 것처럼 떠들어대던 2017~2018년 파업의 그 광기를 상기하고자 한다. 현 경영진은 전반적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하는 경영진의 기본 임무를 망각한 채, 공영방송에 대한 근본주의적 시각에만 몰입된, 균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기 어려운 무능과 편견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또 이들은 "애초에 현 경영진을 포함한 KBS의 농단세력이 올해에는 무개념 경영을 개선하고 나아진 성적표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애초에 그럴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무도한 세력을 경영진으로 또 회사의 주축세력으로 심어놓은 다수이사와 그들을 조종하는 권력 집단 역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소수이사측 성명에 KBS 경영진은 4일 KBS 게시판에 'KBS 경영상황,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업무공지 글을 게재했다. 경영진은 2011년~2018년까지 지상파 광고시장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KBS의 경우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매년 사업손실이 몇 백억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장기간 파업으로 인건비와 제작비 239억 원이 미집행된 결과 흑자의 주요 원인이 됐기에 2017년 대비 2018년 실적이 대폭 악화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KBS 경영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는 소수이사들을 향한 다수이사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다수이사들은 이사회에서 합의한 사안에 대해 합의 당사자들이 비난에 가까운 성명서를 게재했다는 점, '권력집단의 조종'이라는 발언으로 KBS이사의 독립성을 폄훼한 점 등에 거세게 항의했다.

김태일 이사는 "전원합의해서 통과한 상황에 대해 바로 돌아서서 장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치에 맞는 일인가"라며 "부끄럽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사회는 조직의 최고의결기구이자 통합기구"라고 비판했다. 조직에서 발생한 문제를 최종적으로 합의하고 정리하는 이사회의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지적이다.

조용환 이사는 소수이사 각각에게 "다수이사를 조종한 권력집단이 누구인가, 어떤 권력에게 조종당하고 있나"라고 직관적으로 물었다. 이에 서재석·천영식·황우섭 이사는 답변하지 못하거나 "성명서를 참조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조 이사는 다시 "세 분은 어떤 집단에게 조종을 받고 있는가. 자신들은 그렇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가"라며 "'권력집단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썼다. KBS 이사가 동료이사든, 경영진이든, 누군가를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이사는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이사인 만큼 이사 개개인의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소수이사들이 이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소수이사들이 자유한국당과의 공조를 통해 이번 성명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성명을 내어 소수이사 3인과 자유한국당의 공조를 의심했다.

KBS새노조는 "소수이사 3인의 행태가 가관이다. 평소 누구의 지시를 받고, 궤를 같이하며,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익히 아는 바이지만 막상 또 다시 그 행태를 목격하니 목불인견"이라고 비판했다.

KBS새노조는 "27일 결산안 통과 직후 3총사는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두어 시간 뒤 3총사는 이사회 사무국에 성명서 게시를 요청했다"며 "성명서 분량, 내용, 들어간 정성 등으로 봐서 이사회 개최 전, 혹은 이사회 개최 중 누군가 외부에서 작성한 성명서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KBS새노조는 "이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개최 하루 전 '자한당' 과방위원들이 KBS 사측에 2018년 결산자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27일 이사회 안건으로 결산안이 상정될 것을 알았던 듯하다"며 "자한당 과방위원들 사이에서 3월 국회에서 ‘2018년 결산안’을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요구도 나온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번에도 자한당과 3총사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새노조는 "3총사가 노리는 것은 결코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KBS 사측을 공격해 KBS의 ‘개혁 작업’을 흠집 내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내년 총선, 이어질 대선에서 자한당의 승리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밖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성명서를 통해 양 사장을 공격하든 말든 그것은 3총사의 자유다. 하지만 본부노조를 언급하지 말라. 향후 어떠한 이유든지 간에 3총사가 허위사실과 억지주장으로 본부노조를 폄훼할 경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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