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사단법인 한국여기자협회가 서울 소재 중앙 언론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협회 정관에는 전국의 신문·방송·통신 매체에 종사하는 여기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지역 언론의 가입이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김균미 여기자협회 회장은 “(지역 매체가) 전화로 가입 절차 등을 문의해온 적은 있는데 정식 가입 신청서를 받은 적은 없다”며 “지역 매체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해명했다.

송일준 광주MBC 대표이사 사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여기자협회에 관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지역 언론사에 재직하는 여기자들이 가입하려고 해도 안 받아줘서 회원이 될 수 없단다”면서 “서울 소재 언론사들에 근무하는 여기자들만 자격을 준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국여기자협회 모바일 소개서 (사진=모빙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 한국여기자협회는 서울 소재 대형 신문·방송·통신사들이 회원사로 되어있다. 여기자협회 정관에는 전국 신문·방송·통신 매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했지만, 지역 언론은 회원사로 가입되어있지 않다.

지역 매체뿐 아니라 잡지·온라인 매체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여기자협회 회원사 중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뉴스1을 제외하곤 모두 신문사와 방송사다. 정관에 따르면 여기자협회 정회원 자격은 국내 일간 신문사, 통신사, 방송사에 한정된다. 온라인 매체의 협회 가입은 "온라인 미디어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신생매체의 한국여기자협회 법인 회원 가입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라고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자협회는 회원사가 중앙 언론사라는 점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었다. 2016년 여기자협회의 모바일 홍보 책자에는 "중앙 언론사 소속 여기자들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현직 여기자 모임"이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한국여기자협회가 지역 매체를 배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론티어 저널리즘 스쿨(FJS)과 이화여자대학교가 운영하는 언론사 ‘스토리 오브 서울’의 2005년 7월 기사에 따르면 당시에도 지역 신문사 여기자들은 “아예 협회 이름을 서울여기자협회로 바꿔라”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관련기사 ▶ 스토리 오브 서울, [언론인 인터뷰]정정당당 여기자,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 한국여기자협회 홍은희 회장)

해당 기사에서 홍은희 당시 여기자협회 회장은 “지방 신문이 다양하게 존재하다 보니 각각의 신문들을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기준이 정해지면 지방 신문 또한 회원사로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미디어 가입 여부를 이사회에서 정하는 것에 대해선 “난무하는 인터넷 언론의 질적인 면을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 약 14년이 흘렀지만, 여기자협회 회원사 로 등록된 지역 언론사는 한 곳도 없다.

여기자협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올해의 여기자상 수상, 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한다. 또 협회비와 홈페이지 배너 광고 수익을 통해 4000만 원 규모의 학자금 및 체재비를 지원하는 해외연수 사업, 최대 등록금 500만 원을 지원하는 국내 연수 사업을 진행한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해외연수 사업에 MCM 성주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여기자협회 회원사 목록 (사진=한국여기자협회 홈페이지 캡쳐)

김균미 한국여기자협회 회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 언론사의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균미 회장은 “협회 정관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현재는 서울에 있는 언론이 주로 가입을 한다”면서 “(지역 매체가) 전화로 가입 절차 등을 문의해온 적은 있는데 정식 가입 신청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균미 회장은 “서울 매체가 가입 신청을 할 경우에도 이사회를 통해 유지해왔던 나름의 조건이 있고,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면서 “지역 언론이나 신생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는데, 이사회를 통해 가입사 확대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균미 회장은 “지역 언론에 대한 차별은 없다”면서 “상근 직원이 1명밖에 없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이런 부분을 내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도 정관을 통해 인터넷 매체의 협회 가입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정관에서)일부 손질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논의를 거쳐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 “임기가 내년까지인데, 내 임기 안이나 다음 회장 때 이사회를 통해 논의해나가겠다. 언제라고 시기를 못 박지는 못하지만, 검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균미 회장은 “협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지원을 받는 사업은 기자 준비생 관련 세미나, 여기자협회 책자 제작, 리더십 세미나뿐”이라면서 “국내·국외 연수는 언론재단과 상관이 없다. 협회 회비와 자체 예산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일준 광주MBC 사장은 처음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린 뒤 김균미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다음과 같은 추가 게시물을 올렸다.

“김 회장 설명대로 (한국여기자협회가) 무슨 특권의식이나 잇속으로 지역사 여기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아니라는 사실. 당연히 믿는다. 그럼에도 지역에 있는 제대로 된 언론사에서 훌륭하게 기자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여기자들이 한국여기자협회에 가입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 서울 여기자들과 달리 지역 여기자들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차별적인 처사로 비칠 수 있다. 다른 직업도 아닌 기자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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