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시 타 법령의 위반 여부를 심사사항으로 두는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둔 가운데, 언론중재법 위반 여부를 심사사항에 포함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결과와 이행 여부를 재허가·재승인에 포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13일 전체회의에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시 심사사항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령의 위반 여부를 신설하는 방송법 개정과 관련, 법령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5월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시 공정거래법 등 타 법령 위반 여부를 심사사항에 포함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예를 들어 홈쇼핑 사업자가 납품 중소기업에 뒷돈을 받는 등의 비리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아도 재승인 심사 시 감점으로 명확히 반영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가결돼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심사에 포함할 법령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파법, 정보통신망법, 공정거래법, 언론중재법, 기타 방송의 공적 책임을 고려해 방통위가 고시하는 법률 등을 해당 법률로 규정했다.

문제가 된 법률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자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언론중재법은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 발생 시 언중위의 피해 구제 절차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 발생 시 언중위 제소가 이뤄지면 언중위는 조정 또는 중재 의사를 당사자에게 권할 뿐, 언중위 결정 사항이 강제 이행 사항은 아니다. 조정불성립 등으로 사건이 재판으로 넘겨지는 사례도 많다. 때문에 언중위의 중재·조정 결과만을 가지고 보도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곽영환 방통위 법률자문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 법률은 언론보도에 대한 구제제도 법률이다. 절차에 관한 것인데, 정정보도·반론보도 횟수를 재승인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면 법위반은 아니기 때문에 (시행령에)이 조항이 들어갈 필요는 없는게 아닐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언론중재법 위반 여부를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적용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질문에 언론중재법 상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이 이뤄진 경우에 한해 심사사항에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1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중재법을 위반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반영하겠다는건지 모르겠다"며 "괜히 이런 조항들을 넣어서 방송사를 제한하려는 정책의 방향이 이번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설령 언중위 조정 불성립으로 사안이 재판으로 넘어가 방송사의 유죄가 확정된다고 해도, 이를 심사사항에 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재판으로 넘어가 형법상 명예훼손 문제에 대해 방송사가 명예훼손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그것이 의혹제기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논의까지 포함하기에는 언론중재법 위반 여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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