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가수 정준영 씨가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복수의 언론에서 정 씨에 대한 고발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와 채널A는 여성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자극적 기사를 내보내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저녁 채널A <뉴스A>에는 <[단독] '정준영 몰카' 피해자에 걸그룹 출신 1명 포함> 리포트를 게재했다. 채널A는 리포트에서 "가수 정준영 씨는 2015년 말부터 10개월 동안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불법 영상물을 올린 혐의로 입건됐다"며 "대화방에 올린 여성이 7, 8명에 이르고, 피해 여성 가운데 걸그룹 출신 가수도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걸그룹 출신 가수를 언급하면서 피해 여성이 소속된 걸그룹의 결성 시기까지 언급했다.

채널A 방송화면 캡처

동아일보 역시 13일자 지면에 <[단독]"정준영 몰카 7~8개…피해여성중 걸그룹 멤버 1명 포함">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카톡방에 유포된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 7, 8건에는 걸그룹 멤버 1명을 포함해 10여 명의 피해 여성이 등장하는 것으로 12일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불법 촬영물에 등장하는 인원 수를 명시하는 등 간접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불법 촬영 동영상에 나오는 걸그룹 멤버를 피해자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사건의 본질과 맞지 않는 자극적 보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준영 씨 사건은 몰카 범죄를 비롯한 성범죄 전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동아일보와 채널A는 피해자에 집중한 보도로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자 동아일보 12면 기사.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러한 보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성범죄는 친고죄도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누군지 밝힐 필요도 없다"며 "언론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것은 본인들의 기사를 더 많이 읽게 하려는 수단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고 저널리즘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 사건은 피해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준영이란 연예인이 얼마나 심각한 불법을 저질렀는지, 성범죄의 위험성에 집중해서 보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동아일보, 채널A 보도에 대해 "애초에 성폭력을 가하고 영상을 유포하는 등의 행위가 모두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인데, 이러한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보도를 하면서 오히려 인권침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이런 보도를 다른 언론이 어뷰징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등 확대재생산 할 우려가 있다"며 "기자들이 상업적으로 이익을 보기 위해서인지, 부주의해서인지 무엇이든 이러한 보도는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민언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채널A는 현재 리포트 제목을 <[단독] 동료 연예인도 피해…정준영의 왜곡된 성 인식 논란>으로 바꾸고, 걸그룹의 결성 시기 등에 대한 내용은 삭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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