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까지 나서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망언에 국회 본회의장은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을 요구하며 항의했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단상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했다.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홍영표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의 대표연설 직후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번 3명의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 오늘 나 원내대표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냐'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것은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인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저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오늘까지 해왔다"며 "그러나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우리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탄생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정우 부대변인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 부대변인은 "대통령에 대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말했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며 "자유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지자들을 향해 '화이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야당들도 나경원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며 "신중치 못한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국회 대표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는 것을 보면,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홀로코스트적인 발언 역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실수가 아닌, 자유한국당의 공식입장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면 대표연설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며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며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땅을 치고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인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내용 반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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