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생활 깊숙하게 스며든 라돈은 그 끝이 어디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자력 안전 위원회의 한심한 조처가 결국 대한민국을 라돈 공포로 몰아넣었다. 모나자이트 폐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치며 수많은 국민들을 라돈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라돈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자연 속에도 라돈은 존재하고, 화강암 지대는 특히 라돈 함유량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라돈이 무서운 것은 방사능 물질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해야 할 연료가 국민들이 사용하는 일상용품 속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운 일이다.

포스코 건설이 지은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논란이었다. 전주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엄청난 양의 라돈이 검출되며 공방이 일었다. 전주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포스코 건설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추적- 라돈, 침대만이 아니다 편

화장실에 마감재로 사용되는 돌에서 라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포스코 건설 측은 법적으로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건축 자재에 대한 규제 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돈을 뿜어내는 건축 자재를 모두 사용해도 건축주는 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포스코 건설에서 지은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에서도 라돈이 검출되었지만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사의 무기는 "집값 떨어진다"는 것이다. 떠들어봤자 너희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니 조용하게 원폭 피폭을 당하며 살다, 높은 가격 받고 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더욱 경악스럽다.

라돈 4 피코큐리는 하루 담배 8개비를 흡연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20~30년 전부터 철저하게 라돈 규제를 펼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라돈이 검출된 즉시 조처를 취해야 하고, 집 매매는 라돈 측정 후 결정될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국민들이 라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은 모호하지만 국내에 음이온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사용된 것은 일본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기이하게도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되는 곳은 한국과 일본 정도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약한 원자력을 피폭하는 것이 몸에 좋다는 논리로 일본 업자들이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장의 주장이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추적- 라돈, 침대만이 아니다 편

라돈 100 피코큐리는 하루 담배 200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 X-ray를 연간 5,000번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점이 충격이다. 현재 검출되는 라돈의 수치가 100을 넘어 수천을 찍는 것도 많다는 점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억울하게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라돈 침대 파동을 겪고 난 후에도 정부의 대처는 미미하다. 거기에 사법부는 피해 사실을 피해를 받은 자들에게 찾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작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피해를 입은 이들이 라돈으로 인한 피해라는 것을 입증하라는 사법부의 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사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요구를 했다. 피해자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피해자가 직접 연관성을 조사하고 밝히라는 주문을 했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사법부의 행태는 라돈 사태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원안위는 라돈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나자이트 수입 업체에 조사를 나간 후에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며 사태를 키웠다. 원안위가 문제없다는 평가를 낸 후 음이온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며 홍보하면서 국민들은 원폭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제품들을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사는 일이 발생했다.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원안위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보정 속옷에도 들어가고 생리대에도 사용되었다. 온갖 생필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뒤늦게 논란이 되자 전수 조사를 나서겠다고 하지만 그들이 전수 조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라돈 취약지는 학교다. 오래된 단층 학교의 경우 라돈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많다. 벌어진 틈으로 라돈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처는 엉망진창이다. 다양한 곳에서 측정을 해 기준값을 잡아야 하지만 단 한 곳에서 측정만 하면 그만이라는 그 기준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라돈 관련 임무를 하는 공무원이 인터뷰에서 드러낸 안일함은 분노를 유발할 정도였다. 겨울에 라돈이 가장 검출이 많은데 가장 낮은 3~6월 사이 검사라하는 기준을 잡은 교육부는 과연 정상인지 궁금할 정도다.

라돈은 자연에서도 쉽게 검출이 된다. 하지만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외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은 라돈 사태를 안일하게 보고만 있다. 라돈 제품 사용으로 인해 폐암이 걸린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언제까지 이렇게 안이한 대처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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