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소설 원작의 영화 <더 와이프>(2017)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 편견 때문에 남편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해야 했던 여성 소설가가 부당한 현실을 각성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응당 자신이 누려야 할 모든 명예와 영광을 남편이 가로채는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도, 남편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는 삶에 만족하며 살았던 조안(글렌 클로즈 분)이 폭발한 이유는 그녀를 사사건건 무시하는 남편(조나단 프라이스 분)에게 있었다.

영화 <더 와이프> 스틸 이미지

여성은 아무리 뛰어난 소설을 발표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조안은 계속 글을 쓰길 원했고, 글쓰기에 재능이 없었던 조셉은 조안의 뛰어난 능력을 갈구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훌륭한 소설을 발표한 조안 덕분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목될 정도로 큰 영광을 누린 조셉은 아내에게 헌신적인 위인이 되지 못했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조셉은 조안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수행비서에게 눈길을 주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 다른 노벨상 수상자 가족에게 “내 아내는 글을 쓰지 않아 다행이다.”는 발언으로 조안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 발표를 망설이던 여성 작가는 남편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그 과실을 모조리 가로챈 남자는 남편이라는 미명으로 그녀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남편을 통해 유명 소설가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루고자 했고,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작가의 아내로만 소개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조안은 순간 깨닫는다. 남편의 이름으로 발표한 소설로 부와 명예를 얻으면 남편과 자신 모두 행복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부정한 행위의 결실이 남편에게만 돌아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조안은 한 남자의 곁을 충실히 지키는 아내가 아닌,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고자 한다.

영화 <더 와이프> 스틸 이미지

7번이나 후보에 오르고도,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던 명배우 글렌 클로즈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글렌 클로즈는 <더 와이프>의 조안을 연기하면서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희생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내가 남편 대신 소설을 쓰며 남편을 스타로 만든 극적인 설정을 취하고 있지만, 극중 조안만이 겪은 희생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에서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에 보면 좋을, 남성들이 이룩한 영광 뒤에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영화 <더 와이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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