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2017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은 방통심의위의 노스코리아테크 접속차단 처분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방통심의위가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사이트를 차단한 것은 최소규제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앞서 2016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정보원의 신고를 받아 영국인 기자 마틴 윌리엄스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를 접속 차단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 IT 기술을 소개하는 매체로 북한 고무·찬양과는 관련이 없다. 노스코리아테크가 차단된 후 운영자 마틴 윌리엄스는 사단법인 오픈넷과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의 법률지원을 받아 행정법원에 방통심의위의 접속 차단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4월 1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볼 수 없는 정보들도 상당히 존재하는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최소 규제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사이트 차단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방통심의위는 "국내법상 표현의 자유는 외국인에게는 포함되지 않는 개념"이라면서 항소했지만,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국적을 불문하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틴 윌리엄스는 “사이트를 차단당할 당시 방통심의위로부터 어떤 공지도 받지 못했고, 법원 결정 이후에도 일절 연락이 없었다”면서 “부당한 차단이었기 때문에 소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디어스는 사단법인 오픈넷을 통해 4일 마틴 윌리엄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마틴 윌리엄스와의 일문일답이다.

▲마틴 윌리엄스 (사진=미디어스)

Q. 방통심의위의 노스코리아테크 차단 결정 이후 수년이 지났다. 소회를 말해달라

A. 한국에서 웹사이트가 차단되는 것은 북한 제작 사이트, 음란물, 도박 사이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내 사이트가 차단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노스코리아테크는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내용이 없었고, 북한의 IT 이슈를 분석하는 사이트일 뿐이었다. 정보를 차단하는 일이 북한과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당시 서울에 사는 독자로부터 노스코리아테크를 들어갈 수 없다는 제보를 받고 차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 어떤 공지도 없었고, 어떤 이유로 차단된건지, 언제 차단된건지, 이의제기 절차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절차의 투명성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Q. 노스코리아테크는 한국인 독자도 적은데, 왜 소송으로 다투기로 결정했나

A.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비록 그 수는 적을지라도 한국에 거주하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학생, 연구기관, 외교관 등이 독자로 있고 이들을 위해 사이트 차단을 풀어야 했다. 두 번째는 간단하다. 사이트 차단이 부당했기 때문이다.

Q. 소송이 끝나고 방통심의위에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나

A. 전혀 없었다.

Q. 출생국인 영국이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렇게 사이트를 차단하는 경우가 있나

제도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경우에는 법원의 명령으로 사이트를 차단하는 경우는 있다. 한국처럼 행정기관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차단 권한을 가진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동포르노 사이트의 경우 FBI가 수사를 하고 폐쇄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일반 포르노 사이트는 그 대상이 아니다. 국가 보안을 이유로 한 정보 차단은 아마도 국가 기밀 누설과 같은 경우에는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단지 적국의 콘텐츠라는 이유로 정보를 차단하는 일은 들은 바가 없다.

Q. 한국에서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북한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차단은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건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연설의 경우, 외국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라이브로 그의 신년연설의 모든 내용을 볼 수 있고 그의 태도를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이 콘텐츠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고 언론 보도만을 통해 신년연설을 접한다.

언론을 통해 한번 편집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기관의 관점에 따라 정보의 의미가 달라지거나 재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건 가짜뉴스 문제와 그 해결책이기도 한데, 원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난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의미에 대해 평가할 수 없지만, 이런 면에서 모든 북한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Q. 한국 정부의 이번 SNI 필드 차단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법 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정부가 이미 존재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큰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 어쨌든 장기적으로 이번 SNI 필드 차단 결정으로 이용자들은 더욱 암호화된 기술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한국 인터넷의 보안통신 기술 발전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스코리아테크 기사를 보고 있는 마틴 윌리엄스 (사진=미디어스)

Q. 주로 북한 IT 관련 기사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I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

A. 일본에서 특파원을 하던 시절에 북한 IT와 관련된 리포트를 접하고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마침 북한이 2010년경 인터넷을 처음으로 연결했고, 평소 가지고 있던 IT에 대한 관심, 북한에 대한 관심이 합쳐져 주 관심분야가 되었다.

Q. 북한 기술에 대한 취재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 한국 언론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나

A. 주로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북한 보도를 참고한다. 한국에도 북한 IT 관련 이슈를 다루는 블로거가 있는데 그의 글을 참고하기도 하고, 다양한 북한 전문가를 취재하기도 한다.

Q. 다수 한국 언론은 북한과 관련한 오보를 내곤 한다

A. 그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사실은 대부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북한 주민들이 한 가지 머리 스타일만 고집한다거나 하는 선정적인 기사도 많다. 북한은 비밀스럽고 어려운 국가고, 나조차 모르는 것이 많다. 많은 보도가 추측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Q.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세계와 한국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북한에 대한 정보라고 하면 흔히 김정은 위원장, 군대, 이런 것들이라고만 생각한다. 북한도 2천만 주민을 가진 나라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다. 북한 주민들은 당장 가난에 허덕이고, 선거나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또 그들은 스스로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능력이 없다. 북한이란 나라, 북한 주민들의 진짜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역=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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