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사립유치원 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기자회견 현장에서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일고 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기자회견장에서 "MBC, 한겨레, 김영태(CBS) 기자는 나가주시기 바란다"며 취재진 퇴장을 요구했다. 이들 언론 3사가 '공정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유총은 지난달 21일 '교육부 불통에 대한 한유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교육부가 3월부터 사립유치원에 도입하기로 한 국가교육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의 거부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날 한유총은 교육부가 에듀파인 개발 과정에 사립유치원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격인 '시설사용료'(임대료)를 에듀파인에 반영하지 않으면 에듀파인을 도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지난달 21일 교육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MBC, 한겨레, 김영태 기자는 나가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유튜브채널 '오마이뉴스 사진부')

지난달 21일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현장영상에 따르면 현장에서 이덕선 이사장을 비롯한 한유총 관계자들은 김영태 CBS 노컷뉴스 기자를 비롯해 MBC, 한겨레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했다. 이 이사장은 "여기는 분명히 한유총의 사무실이다. 나가달라"고 말했고, 한유총 관계자도 "김영태 기자님 나가달라"고 했다. 김영태 기자는 지난해 9월부터 사립유치원 문제를 보도해 온 기자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의 부재를 최초 보도한 기자다.

한유총의 퇴장 요구에 즉각 현장 기자들의 반발이 일었다. 김 기자 역시 현장 기자들에게 취재 보이콧을 제안하며 항의했다. 그러자 이 이사장은 "이 제안에 말씀드릴 것이 있다. MBC, 한겨레, 김영태 기자는 나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 기자들이 "언론과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건가"라고 되묻자 이 이사장은 재차 "다시 한 번 이야기하겠다. 그 3군데(MBC, 한겨레, CBS)는 저희는 '공정보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가주시길 바란다"고 퇴장을 촉구했다.

결국 현장 기자들의 중재로 질의응답이 이뤄졌지만, 특정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한유총의 '불통'은 이어졌다. 일례로 김 기자가 시설사용료 요구에 대한 재검토 용의는 없는지, 25일 국회 앞 집회 의결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묻자 이 이사장은 "답변은 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 만약에 궁금하면 여타 기자분이 동일하게 물어주시면 그 부분에 대해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에 이 이사장이 설립한 유치원을 비롯, '비리 유치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의 경우 자녀와 관련된 세금탈루 의혹, 교재·교구 납품업체와의 리베이트 의혹 등이 불거져 지난해 7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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