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부영그룹이 박남춘 인천시장 선거캠프 공보단장 출신인 김영환 전 한겨레신문 기자를 인천일보 대표이사로 선임해 논란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는 김 대표이사 선임이 부적절하다며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요구했다.

인천일보의 대주주인 부영그룹은 26일 김영환 전 한겨레신문 기자를 인천일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1982년 경인일보에서 기자를 시작해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하고, 2017년 정년퇴임했다.

문제는 김 대표이사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박남춘 인천시장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맡았다는 점이다. 직전 인천일보 대표이사였던 황보은 사장 역시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캠프 특보를 역임해 내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김영환 인천일보 신임 대표이사 (사진=인천일보)

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는 26일 성명을 내어 "우리는 이전 사장 선임 당시 '시장이 바뀌면 사장도 바꾸는가'라는 성명으로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정치권 덕을 보려는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며 "시장이 바뀔 때 마다 특정 정치권에 몸담았던 대표이사가 취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천일보의 격을 떨어뜨리고,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천일보지부는 "언제나 그렇듯 의혹을 떨쳐내는 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물음"이라며 "김 신임 대표이사가 '캠프 출신'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는 만큼, 이런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분명한 의지와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인천일보지부는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도입을 통한 편집권 독립을 제안했다. 대표이사가 편집국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편집국 기자들의 임명동의 투표를 통해 편집국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는 김 신임 대표이사가 재직했던 한겨레신문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즉 김 신임 대표이사가 부영그룹이 선임한 첫 대표이사라는 점, 박남춘 인천시장 선거캠프 공보단장 출신이라는 점, 부영그룹과 인천시가 송도테마파크 조성개발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 등의 '정-경-언 유착' 의혹을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도입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일보 <[사설]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인천발전 '견인차'>. 2017.09.25

인천일보는 부영그룹이 대주주가 된 시기 전후로 부영그룹이 추진중인 '송도테마파크 조성개발사업'과 관련해 급격한 논조 변화를 겪었다. 부영그룹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관련 부지를 매입, 송도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인천 연구수 동춘동 50만㎡의 규모 부지에 약 7479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당시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여러 논란을 빚었다. 인천시가 사업예산과 사업기간 등에서 부영그룹이라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탈세 의혹과 검찰 수사 등이 논란이 됐다. 인천일보는 부영그룹의 송도테마파크 사업에 제기된 논란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지역 언론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안과 관련해 인천일보의 논조는 2017년 4월 이후로 급격하게 변했다. 공교롭게도 부영그룹이 인천일보 대주주로 올라선 시기와 겹친다. 부영그룹은 2017년 5월 16일 인천일보의 지분 50%를 확보해 1대 주주가 됐다. 이후 인천일보에서는 송도테마파크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거나,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을 홍보하는 기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관련기사▶부영그룹이 대주주인 인천일보의 전과 후)

이 같은 비판에 지난해 5월 당시 이인수 인천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부영은 인천일보의 대주주다. 부영이 인천일보에 큰 자본을 투자해서 주인이 됐는데, 같은 식구인 언론사에서 비판할 순 없는 것 아닌가"라고 시인했다.

현재 인천시와 부영그룹은 송도테마파크 사업부지 폐기물 처리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시는 부영그룹의 테마파크 사업계획과 사업부지에 매립된 폐기물 처리방안이 부실하다며 이를 반려했고, 부영은 인천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인천시는 송도테마파크 사업의 조기 취소 방침을 세웠다가 행정소송 이후로 취소 결정 시기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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