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국방송협회가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IPTV 사업자들의 케이블TV 인수·합병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콘텐츠 산업을 대기업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방송협회는 유료방송 M&A에 대한 엄정한 심사와 유료방송 합산규제 즉시 부활을 촉구했다.

26일 방송협회는 <콘텐츠 산업 전체를 대기업에 종속시키는 이통3사의 방송플랫폼 독과점화를 반대한다> 성명을 내놨다. 성명서에서 방송협회는 성명에 지난 2016년 3월 LG유플러스와 KT가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를 소개했다. 당시는 SKT가 CJ헬로비전 인수를 추진하고 있던 시기다.

▲2016년 3월 서울신문에 LG유플러스와 KT가 게재한 광고.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당시 광고에서 LG유플러스와 KT는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십시오"라며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통신산업 독과점의 역사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 사업자간 경쟁성 제한 ▲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한 지배력 전이 ▲통신요금 추가 부담 및 업무중복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019년 유료방송 시장은 M&A 열풍이 불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 인수를 공식화했고, SKT는 티브로드 대주주인 태광산업과 M&A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방송협회는 "그때의 그러한 우려가 완벽히 해소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며 "특히 방송플랫폼 시장이 소수의 대기업에게 독과점 될 경우 실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의적 주체인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지배력이 남용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게다가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인수 발표는 이러한 우려의 서막에 불과하다"며 "타 통신재벌도 기다렸다는 듯이 케이블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케이블 3, 4위 사업자인 딜라이브와 현대HCN도 이통3사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에 파다하다. 유료방송 시장 전체가 단숨에 통신재벌 3사 독과점 체제로 재편될 기세"라고 썼다.

방송협회는 "소수의 통신 대기업에 방송플랫폼 시장이 독과점 될 경우, 이들에게 채널과 VOD를 공급하는 대다수 지상파, PP 등 콘텐츠 사업자들의 협상력은 대폭 약화돼 콘텐츠 제값받기는커녕 오히려 콘텐츠 제작 재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우려했다.

방송협회는 "특히 플랫폼(IPTV사)-콘텐츠(케이블사의 계열 MPP사)간 사실상의 수직결합은 방송시장 내 심각한 경쟁제한행위를 야기할 수 있다"며 "CJ헬로, 티브로드 등 케이블 사업자(MSO)와 계열 관계인 CJ ENM, 티캐스트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들에게는 채널 번호 배정이나 수신료(또는 CPS), VOD 수익배분율 협상 등에 있어 우선적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기타 다른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역차별을 적용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협회는 "또한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IPTV 사업자는 지역보도, 선거방송 등이 가능한 케이블 SO의 지역채널을 보유·운영할 수 있게 되는데, 이로써 통신재벌들이 지역채널의 유사보도를 악용해 편파적인 정치여론을 형성하는 등 방송의 공공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결코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이러한 독과점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및 경쟁 제한 행위는 방송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지상파 등 콘텐츠 생산 주체들의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 국민 편익과 방송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정보와 견해의 다양한 생산 및 유통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 산업에 있어 독과점이 극도로 경계돼야 하는 명백한 이유"라고 했다.

방송협회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료방송 M&A 과정에서 특수관계 등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엄정한 심사 ▲유료방송 플랫폼의 방송시장 지배력 전이 방지를 위한 유료방송 합산규제 즉시 연장 등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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