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청와대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자 조선일보는 "한국 빠진 6·25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며 열을 올렸다. 6·25 전쟁의 실질 당사자인 한국이 종전선언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인데, 조선일보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한국 없는 종전선언은 절대 불가'라고 명백히 선언해야"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어제(25일) 청와대의 설명처럼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달리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정치적 의미가 크고, 남·북·미·중이 각각 수교·불가침선언 등을 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북미 간 종전선언을 사실상 4개 나라의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조선일보는 '한국 빠진 6·25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는 사설에서 전날 북미 간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이 북핵이 폐기되는 수순으로 가는 과정이라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적대 상태 종식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놀라운 것은 청와대가 이날 '북한·미국만의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힌 사실이다. 청와대가 대한민국을 나라도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선일보는 "한국은 북핵 협상에서 구경꾼이 된 지 오래다. 청와대 발표대로 종전선언에도 빠진다면 외교 국치(國恥)와 다름없다"며 "북핵 협상에서 제외된 처지를 가리기 위해 내용도 없는 '신한반도 체제'라는 말을 급조한 것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국 없는 종전선언은 절대 불가'라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사설] 한국 빠진 6·25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 조선일보. 2월 26일. 오피니언 31면.

어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미·중 4자, 남·북·미 3자, 북·미 2자 등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형식의 종전선언이라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다. 북·미만의 종전선언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변인은 "우리와 중국은 이미 수교를 했고, 미국과 중국도 1979년 수교를 했다. 우리와 북한은 두 번의 정상회담, 9·19 군사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 불가침선언을 했기 때문에 남은 건 북미"라면서 "이것은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이고, 평화협정을 맺는 데는 다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9·19 군사합의서의 내용은 알려진대로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 강구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방지 등이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특사를 역임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칙적으로 보면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가 된다"며 "그래서 휴전 당사국인 미국, 북한, 중국이 해야 옳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당사국이 되기 때문에 선언해야 되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는 정치적 의미의 북미간 종전선언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저도 예측했고, 수차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일부에서 왜 4대 정상들이 해야 옳은데 양국 정상만 하느냐는 것을 얘기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치적 종전선언이고 (평화협정의)입구이기 때문에 저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같은 날 YTN라디오'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왜 북미만 하냐,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상 한국은 작년도에 평양 선언에서 남북군사부분합의서가 나왔다"며 "그 군사합의서 내용을 보면 사실상 종전선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미국, 한국과 국교 수립을 한 상태이다. 때문에 이번에 북미 중심으로 정치적 의미의 종전선언을 끌어내고 이를 계기로 평화협정 체제로 이동하는 경로가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수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보수층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사전에 미국과 조율해서 의제를 밝힌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얘기도 떠올려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이 '신한반도체제'라는 용어를 공식석상에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철도, 도로연결부터 남북 경협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도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2일 tbs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통화에서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할 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공개했다. 또 미국 측 반응까지도 대변인이 공개했다"며 "이렇게 되면 한미 간 상당한 교감 끝에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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