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1월 1일부터 시작한 <나의 독립 영웅> 시리즈가 있다. 총 100인의 독립 영웅들을 5분의 영상에 압축해 소개하고 있다. 25일 방영된 32회 <나의 독립 영웅>에 문재인 대통령이 프리젠터로 출연해 남긴 말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광복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염원한 3000만이 되찾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100년,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뤄냈습니다. 이제 평화가 남았습니다. 통일이 남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개한 독립 영웅은 석주 이상룡 선생이다.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많은 독립군을 배출해 무장투쟁에 막대한 공헌을 한 분이다. 정작 본인은 독립된 나라에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고, 후손들은 극도의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

KBS 1TV <나의 독립 영웅> ‘문재인 대통령의 이상룡’ 편

알고 있거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독립 영웅들로 인해 우리는 독립에 대해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분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온전한 독립을 이루지는 못했다. 해방과 함께 피할 수 없었던 분단 그리고 전쟁은 비단 몇 년에 그치지 않았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우리를 지배했고, 강압했다.

그럼에도 어찌됐든 경제적 발전은 이룩했다. 그리고 독립운동과 다르지 않은 민주화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도 만들어왔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온전한 독립국가는 아니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 냉전의 상흔을 치유하지 못한 오직 한 나라란 오명과 아픔을 그대로 안고 있다. 한동안 잊었던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그래서 통일노래이면서 독립노래이기도 할 것이다.

올해는 3·1 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렇기 때문에도 특별하지만 이번 3·1절에는 좀 더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종전선언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과 북만으로는 평화를 온전히 이룰 수 없다. 전쟁 당사자인 4개국들 중에 이미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은 정식 수교로 선언은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종전 상태이기 때문에 남은 북한과 미국의 종전선언은 한국전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그런 뜻깊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과 100주년을 맞는 3·1절을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전한 말은 길지 않았으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것조차 압축한다면 두 문장을 남길 수 있다.

“이제 평화가 남았습니다. 통일이 남았습니다”

KBS 1TV <나의 독립 영웅> ‘문재인 대통령의 이상룡’ 편

전쟁의 목전에서 평화를 끌어낸 노력과 결단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담긴 진정과 간절함은 듣는 이에게 감동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없는 게 아니어서 여전히 쉽지 않은 여정을 남기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고 기껏 나아간 걸음을 되돌릴 수도 없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의 독립 영웅>에 출연한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이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곧 우리의 안전, 평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3·1절을 앞두고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 우리에게 남은 숙제인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좋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은 다시 한 문장으로 줄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통일이 남았습니다” 내년 3·1절을 앞두고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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