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지분 확대 추진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황창규 회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케이뱅크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억1838만7602주의 신주 발행을 의결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현재 자본금의 약 2배인 1조694억3541만 원이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KT는 34%까지 지분율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케이뱅크(연합뉴스 자료사진)

황창규 회장은 금융 거래를 KT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황 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금융산업은 블록체인 기반의 완벽한 보안기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최적화된 금융조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혀 다른 산업이 될 것"이라며 "KT그룹을 케이뱅크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데다, 황창규 회장에게 제기되는 불법 후원 의혹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됐지만, 인터넷은행 주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KT는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 혐의로 7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또한 KT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깡'을 통해 11억5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4억4190만 원을 KT임직원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계좌에 입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로 황 회장과 전현직 임원 등 7명이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됐다.

실제로 현재 KT의 상황과 유사한 상황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7년 하나금융투자는 스위스 금융그룹 UBS로부터 하나UBS자산운용 지분을 인수해 100%자회사 편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하나금융투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심사가 중단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최순실 씨의 자금관리를 도왔다는 의혹이 있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추진 과정에서도 경영진의 범법 의혹이 문제가 됐다. 박인규 당시 DGB금융지주 회장의 비자금 혐의가 발목을 잡았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황 회장과 같은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M&A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봤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29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KT의 경우는 문재인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정책에 따라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반면 하나금융투자, DGB금융지주는 금융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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