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오늘 <언론 3단체 언론통제 역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새 정부에서 통폐합될 예정인 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이 언론사 간부의 성향조사, 신문사 내부 경영자료 수집 등을 통해 사실상 정권의 언론통제 도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론통제 기도’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 비판의 책무는 무시한 채, ‘노무현 탓’이나 하던 조선일보가 오늘은 그 책임을 언론 3단체에 떠넘기며 그들에 대한 노골적인 ‘흠집 내기’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먼저 언론재단을 비판하려다가 명백한 오보를 했다. 기사는 “언론재단은 언론사 간부 196명의 성향을 조사·분석한 문건을 만들어 언론통제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문화부 미디어정책팀에서 자료를 의뢰받은 뒤, “성향파악은 할 수도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다만 ‘최종학력이나 주요경력, 회사 전화번호 등 한국언론재단 홈페이지와 연감 등에 공개 돼 있는 언론인명정보’를 정리한 문건만을 제출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사와 <언론재단 언론사 간부들 성향 분석한 문건 만들어>라는 부제는 사실과 다른 명백한 오보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박 인수위 위원이 ‘독단으로 지시’했다는 사실을 너무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사는 “재단은 박광무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문화부 국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인수위측은 ‘박 국장이 독단으로 지시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인수위 전문위원에서 물러났다”라고 언론재단을 비판하는 문맥에 적절치도 않은 글을 끼워 넣어서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재단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자료의 작성은 문화관광부의 요청을 받아 이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이어 조선일보는 언론재단의 박래부 신임 이사장이 칼럼 등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정책을 옹호’했고, 언론노조도 ‘정권 말의 보은성 인사’라며 박 이사장의 선임을 여러 차례 저지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언론재단에 따르면 언론노조가 낸 성명서의 골자는 ‘전임 이사 두 명의 연임 반대’였다. 조선일보는 언론재단이 ‘언론통제’를 했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무시한 ‘저질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한심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조선일보는 또 “신문발전위가 만든 ‘신문산업현황’ 자료도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며 신문발전위원회를 비난했다. 그러나 신문발전위는 ‘여론의 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 진흥을 위한 업무 지원, 신문발전기금 관리·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신문법 16조(자료의 신고)에서는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경영자료 신고 의무 조항을 규정하고 있고, 이는 2006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사항이다. 매출액 등 경영수치는 금감원 등을 통해 공개돼 있는 자료이며, 불공정한 신문시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신문발전위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신문부수와 ‘일반적 경영자료’ 등을 투명하게 밝히고 보고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신문발전위는 이를 악용할 권한도 전력도 없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이 경영 자료가 어디서 어떻게 악용된다는 것인지, 무엇이 그렇게 구려서 경영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 상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현재 조선·동아·중앙일보 등 주요 신문들은 언론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일부 자료는 신문발전위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 신문은 신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물어야 하거나 압류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에게 되묻고 싶다. 법이 위헌이 아닌 한 그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와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인정한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것은 헌법을 우습게 보는 것인가, 아니면 처벌을 받으면서까지 보고할 수 없는 위법한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신문유통원에 한마디 했다. 기사는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신문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정부가 신문유통에 직접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신문유통원은 신문지원기구가 아니라 신문공동배달기구이며 신문유통원에 관한 법률은 이미 헌법재판소를 통해 합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조선 · 중앙 · 동아일보는 신문유통원 제도가 특정 신문을 지원하는 공동배달제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참여를 거부한 건 바로 조·중·동 자신들이다. 한 지역의 주민들이 요구로 하는 신문을 신문유통원이 공동으로 배달함으로써 비용도 절감하고 소수 신문의 배달까지 가능하게 하는 이 제도가 도대체 무엇이 나쁘다는 것인가. 오히려 과점신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신문지원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여론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통폐합 예정 언론 3단체, ‘언론통제’ 역할 드러나>는 최근 ‘언론사찰 기도’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로 비판받자, 자신들이 ‘언론통제’를 받은 경험을 억지로 떠올려보니 그것은 바로 신문법이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참에 말이 되거나 말거나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은 채 언론재단·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을 흠집 내는 기사를 작성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이 기사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해 신문법 폐지를 통한 신방겸영 허용과 대체입법을 통해 자신들에게 특혜나 주는 새로운 ‘신문재단’을 마련해보려는 뻔한 꼼수가 드러난 의견광고 수준의 엉터리 기사이다.

아무리 자사에게 불편한 법이 있고 눈엣가시 같은 기관이 있어서 흠집을 내고 싶어도, 국내 최대 종합일간지로 평가받고 있는 신문사로서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정확히 확인하고 보도해야 마땅하다.

조선일보는 사적 이익을 위해 사실기사까지 제대로 쓰지 못하는 추태를 부릴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전근대적인 ‘언론통제’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민주적인 언론관에 기초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비판하는 데 집중하라.

2008년 1월 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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