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혹은 4년 만에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은 선수들의 절박함, 그들의 땀과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음지에서 외롭고 힘들게 고생하다가 2~3주 여의 짧은 시간동안에나 겨우 이름이 오르내리고 그 종목에 관심을 얻는 수많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선 올림픽만큼 좋은 기회도, 치열한 보상도 없거든요.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그들의 외로운 투쟁을 성원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청기회가,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는 권리는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그런 것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 여전히 광저우 아시아 올림픽 중계방송 때문에 또 다시 결방한 MBC의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특히나 무한도전의 빈자리가 너무나 아쉽습니다. 아시아 올림픽이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형 이벤트이고, 그나마 올해 중계방송은 방송3사가 모두 하루 종일 올림픽만 틀어주는 것도 아닌데도, 게다가 그런 이벤트에 비해서 무한도전은 매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해도 이 모든 것을 감안해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아니, 올해는 매주 볼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렇네요.

2010년 이 프로그램이 겪은 수난, 수없이 이어진 결방의 시간들 때문에 더더욱 이런 아쉬움이 더 크다는 말입니다. 1년 52번 정도의 방송 기회 중에서 이 프로그램은 이미 천안함 사태와 MBC의 파업 문제 때문에 벌써 7번의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그 결방의 시간동안에서 줄기차게 촬영하며 준비해온 분량들은 크게 부각되지도, 인정받지도 못하고 압축되어서 방송되거나 언제나 방송될지 몰라 미방송분으로 방영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죠. 그나마도 방송되면 다행이지 시기를 놓쳐서 짧게 언급되기만 하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당장 올해가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분량들도 엄청나게 남아 있습니다. 장윤주와 함께 촬영한 달력 특집도 아직 방송되어야 할 2~3주 분이 남아있고 이미 방청객을 모집한 크리스마스 솔로 특집도 그들의 준비과정은 모두 생략한 체 공연 실황만을 방송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주말에도, 폐막식이 예정된 그 다음 주에도 올림픽 방송 문제 때문에 무한도전을 볼 수 있을 지 예상할 수 없어요. 그냥 11월은 또 다시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을 보내야 할 가능성이 너무나 큰 것이죠.

그러니 남들은 부족하다, 힘들다는 아이디어가 무한도전에서만은 계속 적체되어 해소되지 못하고 쌓일 수밖에 없어요. 이런 정체 현상은 그만큼 무도가 여전히 강력한 아이디어 뱅크라는 역량을 자랑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방송되어야 할 때 방송되지 못한 아이템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 늘 무도의 보안을 뚫고 스포일러 알리기에 급급한 기자분들 덕분에 어떤 것들은 무산되기도 하고, 그 흥미가 반감되기도 하니 문제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어요.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의 독특함은 올해들어서 유독 이런 결방, 시간과의 싸움이란 문제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답답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냥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이 허전하다는 단순한 감정이 가장 솔직한 말이겠죠.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떤 것으로 우리를 웃고 감동시켜 줄지, 어떤 도전으로 토요일 저녁을 채워주며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해줄 지. 5년여의 시간동안 습관처럼 반복된 그 시간이 중단되는 공백이 아쉽다는 말입니다. 올림픽도 좋고, 투쟁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국가적인 애도기간도 존중되어야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전 그냥 무한도전이 보고 싶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강력한 힘은 바로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과 만들어온 이런 일체감, 소속감, 강한 애착에서 나옵니다. 토요일이면 당연하게 봐야 하고, 일주일동안 그 즐거움을 간직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상의 작은 활력이 그것이에요. 단순히 시청률 2~3%의 변동에도, 호응이 적었던 몇몇 특집이나 작은 옥의티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추락이네 힘을 잃었네 하며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몇몇 기자님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강력한 힘이죠. 아니. 아마 그런 도발할 거리를 잃어버렸기에 오히려 기자님들이 이런 무도의 결방이 더 답답해할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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