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혹은 4년 만에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은 선수들의 절박함, 그들의 땀과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음지에서 외롭고 힘들게 고생하다가 2~3주 여의 짧은 시간동안에나 겨우 이름이 오르내리고 그 종목에 관심을 얻는 수많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선 올림픽만큼 좋은 기회도, 치열한 보상도 없거든요.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그들의 외로운 투쟁을 성원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청기회가,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는 권리는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그런 것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 여전히 광저우 아시아 올림픽 중계방송 때문에 또 다시 결방한 MBC의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특히나 무한도전의 빈자리가 너무나 아쉽습니다. 아시아 올림픽이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형 이벤트이고, 그나마 올해 중계방송은 방송3사가 모두 하루 종일 올림픽만 틀어주는 것도 아닌데도, 게다가 그런 이벤트에 비해서 무한도전은 매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해도 이 모든 것을 감안해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아니, 올해는 매주 볼 수 없었기에 더더욱 그렇네요.
당장 올해가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분량들도 엄청나게 남아 있습니다. 장윤주와 함께 촬영한 달력 특집도 아직 방송되어야 할 2~3주 분이 남아있고 이미 방청객을 모집한 크리스마스 솔로 특집도 그들의 준비과정은 모두 생략한 체 공연 실황만을 방송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주말에도, 폐막식이 예정된 그 다음 주에도 올림픽 방송 문제 때문에 무한도전을 볼 수 있을 지 예상할 수 없어요. 그냥 11월은 또 다시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을 보내야 할 가능성이 너무나 큰 것이죠.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답답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냥 무한도전 없는 토요일이 허전하다는 단순한 감정이 가장 솔직한 말이겠죠.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떤 것으로 우리를 웃고 감동시켜 줄지, 어떤 도전으로 토요일 저녁을 채워주며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해줄 지. 5년여의 시간동안 습관처럼 반복된 그 시간이 중단되는 공백이 아쉽다는 말입니다. 올림픽도 좋고, 투쟁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국가적인 애도기간도 존중되어야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전 그냥 무한도전이 보고 싶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강력한 힘은 바로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과 만들어온 이런 일체감, 소속감, 강한 애착에서 나옵니다. 토요일이면 당연하게 봐야 하고, 일주일동안 그 즐거움을 간직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상의 작은 활력이 그것이에요. 단순히 시청률 2~3%의 변동에도, 호응이 적었던 몇몇 특집이나 작은 옥의티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추락이네 힘을 잃었네 하며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몇몇 기자님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무한도전만의 강력한 힘이죠. 아니. 아마 그런 도발할 거리를 잃어버렸기에 오히려 기자님들이 이런 무도의 결방이 더 답답해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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