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가 조선일보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재의 핵심 근거가 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의 발주처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왜 그렇게 답변했는지 모르겠다"며 조선일보 측이 먼저 연구수행을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4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 방송분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상파의 라디오·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낸 윤석민 서울대 교수가 출연해 연구 수행 경위를 밝혔다.

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 조선일보 미디어 담당 기자는 최근 지상파 방송, 특히 특정 라디오·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윤 교수에게 전문가 의견을 청했다. 이에 윤 교수는 '인상론적으로 몇 개의 사례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즉답을 거절했다. 그러자 일주일 뒤 조선일보 측이 다시 연락해 와 '그렇다면 체계적·과학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줄 수 있느냐'고 연구를 요청했고, 이에 연구 수행에 임하게 되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24일 KBS'저널리즘토크쇼J' 방송분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상파의 라디오·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낸 윤석민 서울대 교수가 출연해 연구 수행 경위를 밝혔다. (KBS'저널리즘토크쇼J' 2월 24일 방송화면 갈무리)

앞서 지난 12일 미디어오늘은 해당 연구의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였다고 보도했다. 윤 교수는 당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를 받은 것이 맞다"며 "그러나 어떤 연구보다 엄정하게 이뤄졌고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보고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조선일보 '공정성 잃은 지상파' 연재에는 발주처가 명시되지 않아 연구 내용의 타당성과 별개로 공정성 시비가 증폭됐다.

그러나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해당 연구의 발주를 부인했다.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저널리즘 토크쇼J' 측에 보낸 입장에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18년 9월 서울대 윤석민 교수 측으로부터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변화 분석 연구에 관한 연구비 지원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연구비를 지원했다"며 "이 연구를 연구소가 발주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윤 교수는 "(조선일보 측이)정확히 왜 그렇게 답변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개 저한테 먼저 연락이 왔고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 것은 비공식적으로 주고받은 이야기"라며 "이후 그쪽에서 당연히 연구제안서를 요청해왔고, 연구제안서는 작성해 제출했다. 아마 공식적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측이 '연구제안서 제출'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이유로 들어 발주를 부인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다만, 윤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발주처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연구보고서 초안을 넘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주어진 연구 일정을 많이 넘겼다. 그래서 일단 내용이 끝나자마자 참고문헌도 못 딴 상태로 연구보고서 초안을 (조선일보 측에)넘겼고, 그런데 그게 기사화 되었다"며 "이후 '연구비를 어디서 받은 것이냐'라는 질문이 와서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을 바로 밝혔다. 그걸 감추려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윤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발주처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자들이 보고서 자체에 대해, 내용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문제를 호도하니 대답하기가 싫은 것"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주처 논란'과 관련해 같은 방송에 출연한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조선일보 정도의 언론사라면 이게(발주처를) 궁금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가 없다고 본다"며 "너무나 당연하게 '누구의 의뢰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하는 것들이 들어가야 한다. 이 부분을 뺐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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