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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과 Mugbang 그리고 오타쿠와 우리의 현실시들지 않는 먹방 인기, 그 사회현상 이면에 담긴 질문
장영 기자 | 승인 2019.02.21 14:38

먹방이 대세라는 말이 나온 지는 제법 되었다.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며 가장 쉽게 접근하고 소비된 소재가 바로 먹방이었다. 그저 먹기만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 폭식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미친 듯 먹고 큰돈을 버는 이들이 나오며 먹방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1인 방송이 화제가 되면서 먹방은 대세 중의 대세로 여전히 강세다. 한 번 보면 빠져 나올 수 없다고 하지만, 그 역시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늘어놓고 전투를 하듯 먹는 모습을 보면 처량하기도 하다. 

먹는 행위는 인간이나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다.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먹는 행위는 너무 익숙하기도 하다. 그런 익숙함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위일 수도 있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행위를 보여주는 것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음식의 본류를 찾는 다큐부터 다양한 형태의 예능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시대 첨병이라 불리는 동영상 속 음식은 오직 소비를 위한 소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음식을 무표정하게 오직 먹기만 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상함을 넘어 두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폭식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어떨까. 이런 기괴한 소통은 과연 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진다.

로마가 멸망하기 전은 극단적 소비의 시대였다. 로마의 귀족들은 무한대의 음식을 먹기 위해 토하며 지속적으로 먹었다고 한다. 그 먹는 행위는 자신의 삶을 이어주는 소중한 가치가 아니라 그저 ‘소비를 위한 소비’였다는 의미다. 과시까지 더해진 로마 귀족들의 소비와 현재의 먹방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시대 먹지 못해 힘겨운 이들도 있지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먹는 행위는 익숙하다. 그 익숙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행위가 고작 폭식이라는 사실은 시대의 문제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리만족을 위함이라 해도 그런 행위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것이 문제니 말이다.

3포 5포를 넘어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은 척박하다. 사는 것 자체에 대한 환멸까지 일 정도다. 직장을 얻는다 해도 과거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 역시 줄어들고 있다. 결혼까지 한다고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이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런 변화 속에서 모든 가치의 기준은 바뀔 수밖에 없다.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없이 달리던 부모님 세대와 자식 세대는 다르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사는 자식 세대에게 집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부모 세대에서는 노력하면 얻을 수도 있는 것이 내집이었다. 하지만 자식 세대에서는 노력해도 얻기 어려운 것이 내집이 되었다. 큰돈이 들어가는 내집 마련의 꿈을 버린 이들은 다른 데 소비를 한다. 고가의 외제차를 통해 내집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구할 수 없는 고가의 집 대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외제차는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소비이자 꿈이 되어버렸다. 이런 시대 먹는 행위 역시 소중한 소비가 되었다. 돈을 마음껏 쓸 수 없는 이들은 한두 개의 명품과 일상의 음식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이 사회에 생존해 있음을 확인한다.

먹는 행위는 어쩌면 현대인에게 생존 신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유튜브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양을 폭식하는 이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은 현실에서 채울 수 없는 욕망과 꿈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폭식은 결국 먹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음식 포르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개적으로 즐기는 극단적 욕망의 소비이다. 과정과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먹는 행위 하나만 남아 있는 모습은 그래서 더 서글프다. 우리 시대 삶이 바로 이런 모습이기도 하니 말이다.

개그우먼 이수지(왼쪽)와 푸드크리에이터 밴쯔가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1인 창작자 축제 '제2회 다이아 페스티벌'에서 맛있는 소개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먹방은 이제 유튜브 내에서는 유명 코너가 되었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먹방을 흉내 내기도 한다. 이를 한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음식 포르노'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대한 반발이 거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먹방의 역사는 찾아보면 제법 오래되었다. 2006년도 일본에서는 기묘한 DVD가 출시되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오직 먹기만 하는 영상을 담은 DVD다. 이를 누가 보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딜럭스 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제법 소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혼밥 문화가 우리에게는 이제 익숙해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되었다. 우리 보다 앞서 오포 시대를 연 일본의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음을 봤을 때 이상할 것도 아니다. 혼자 밥 먹는 이들을 위해 고안된 '나랑 같이 밥 먹어요. 이팅'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였다. 오타쿠 문화가 뿌리 깊은 일본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13년이 흘러 대한민국에서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먹방과 MUGBANG 그리고 오타쿠 문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사회다. 이런 행위들은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먹는 행위에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먹으면서도 배고픔을 느껴야 할 정도로 불안한 현재는 그렇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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