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이행의 상응조치에 남북 경제협력 사업 등에 대한 한국의 역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한 퍼주기' 군불 지피기에 한창이다.

21일자 조선일보는 <북핵 폐기 요원한데, 文 "대북 경협 떠맡을 각오"라니>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상회담에서 금전적 부담이 발생한다면 한국이 떠안을 테니 걱정 말라는 얘기로, 제재 완화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21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비해화 의제를 사전 주율할 실무협상은 22일에나 열릴 것이라고 한다. 졸속 회담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더구나 트럼프는 '북한에서 핵실험이 없는 한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긴급한 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북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는 것을 문제의 해결인 양 포장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마당에 한국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도 아닌, '비핵화를 촉구하는 수단'으로서 대북 경제 지원을 떠맡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경제 지원은 대북 제재 해제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를 풀어주자는 것은 비핵화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아직 비핵화의 첫발도 떼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부담을 다 떠안겠다고 미리 공언하는 것은 비핵화로 가는 긴 여정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또 설령 한·미 대통령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갔더라도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북한에 '부분 비핵화 조치로 제재 완화, 경제 지원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만 주는 것 아닌가. 아니면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우리가 이렇게 힘쓰고 있다는 것을 북에 알아달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21일자 한겨레 사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경협 관련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카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1일자 한겨레는 <문 대통령 '남북경협 활용론', 북-미 협상 돌파구 되길> 사설에서 "미국은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폐기'를 포함해 최대한 많은 비핵화 조처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상응조처로는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북한은 '제재 완화'를 상응조처의 필수 품목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얼마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운을 뗐지만, 미국 내부의 부정적 여론 때문에 '제재 완화' 카드를 마음 놓고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곧바로 '제재 완화'를 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남북경협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상응조처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될 만하다"고 썼다.

한겨레는 "일부에선 문 대통령 발언을 놓고 '퍼주기'라고 비난한다"며 "하지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 내부의 반발에 따른 부담을 남북경협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덜어주겠다는 것이어서 '퍼주기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경협 사업이 남북 양쪽에 이득이 된다는 것은 그간의 경협으로 실증됐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경협을 활용한 우회적 제재 완화 방안'이 북-미 사이 핵심 쟁점을 타결하고 '빅딜'의 돌파구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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