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전남 화순군 체육회에 근무하는 생활체육지도자 A씨가 내부 비리를 언론에 고발했다가 '비밀누설'을 이유로 징계를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제보를 받은 언론이 A씨가 제보한 내용을 화순군 체육회에 진정했기 때문이다. 언론 윤리의 관점에서 취재원을 보호하지 않은 부적절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화순군 체육회에서 생활체육지도자로 근무하던 A씨는 일부 지도자들이 교육활동을 허위로 작성하고 교육수당과 교통비용을 매월 수급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다. 아시아경제에서 이 의혹이 보도됐고, 화순군 체육회 관계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은 해당 사건 수사를 진행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났다.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화순군 체육회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2017년 2월 경 모 인터넷매체에 제보했다.

그러나 모 인터넷매체는 자신이 제공한 자료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한 달여가 지난 뒤 A씨는 모 인터넷매체에 자신이 제공한 자료를 파기할 것을 요청했다.

제보 1년 5개월이 지난 2018년 7월 화순군 체육회에 진정서가 날아들었다. 2016년 12월 아시아경제 기사의 제보자가 A씨로 추정되며 자신들과 광주에 있는 언론 2곳에도 화순군 체육회 내부 자료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진정서였다. 진정서를 화순군 체육회에 제출한 사람은 모 인터넷매체 대표 B씨였다.

A씨는 이 진정으로 인해 화순군 체육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화순군 체육회는 생활체육지도자 근무규정 제3장 1절 28조 3항 품위유지의무 위반, 4항 비밀엄수의무 위반(비밀 누설 유출, 개인정보 부정이용 및 무단유출, 그밖의 보안관계 법령위반)으로 A씨를 해고했다. 이후 전남 체육회에서 재심의를 요구해 징계 수위는 정직 3개월로 조정됐다.

A씨는 언론에 내부 제보를 한 내용이 근무처에 진정서로 돌아온 사실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언론에 제보를 했고, 보도하지 않을 것이면 파기를 해달라고까지 얘기를 했는데, 언론이 이를 화순군 체육회에 제공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모 인터넷매체 대표 B씨는 "A씨의 제보는 순수한 제보가 아닌 특정 지도자들을 모함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제보였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의 동거인이 우리가 맡았던 사업의 감독을 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며, 복잡한 원한관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보자가 어떤 제보를 했을 때 언론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내용을 제보 대상이 된 곳에 다시 가져다주는 것은 언론 윤리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취재원 보호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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