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사실상의 시간강사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새 강사법이 대학들의 '꼼수'로 인해 학습권 침해와 시간강사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올해 8월부터 시행예정인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하고,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3년까지 임용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법 시행으로 강사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이 예산절감을 이유로 강의수를 줄이고, 전임교수들에게 강의를 더 배당하는 등 사실상의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개강을 코앞에두고 수업이 줄어들면서 학습권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대량해고에 분노하는 대학 강사들의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대학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대학에서 시간강사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며 '강사 대량 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19일 cpbc라디오'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통화에서 "강사법을 핑계로 한 구조조정"이라며 "학교마다 많게는 200개, 적게는 30개씩 강좌가 줄어든 데가 있다. 수시로 조금씩 줄거나 늘어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일어난 적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대학들은 강의 수 축소 등 '시간강사 구조조정'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아직 수강신청도 시작되지 않았고, 3월 중순은 되어야 1학기 과목 세부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대학 현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이미 수강신청을 하기 위한 절차가 끝났다. 인터넷 상에 강좌 설계와 수업 계획이 다 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대략적인 내용이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 중순이 되어야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새 강사법이 아닌 대학의 행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새 강사법은 2017년 3월부터 대학, 강사, 국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활동을 바탕으로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통해 마련됐다. 합의를 통해 발표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비용을 문제로 대학들이 일종의 '꼼수'를 부리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임 위원장의 설명이다.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서 고려대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개설과목 수 급감 사태 해결과 강사법의 온전한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의 수가 급감해 전년보다 1학기 개설과목 수가 200개 이상 줄었다고 주장했다. (사진=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정부는 새 강사법 실시에 따른 추가비용 중 70%를 지원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시행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강사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임 위원장은 "(대학들이)등록금 인상, 수익사업 다변화 등을 요구하기 위해 압박 수단으로 강사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비용을 좀 더 지원하더라도 더 많은 재원 확보를 위해 강사들과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고래 싸움에 등 터지고 있는 사람들이 강사들과 학생들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지원금액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을 위해 올해 강사 처우 개산 288억원(사립대 217억원, 국립대 71억원)을 배정했다. 당초 국회에서는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이 550억원 규모로 논의되었으나, 결국 288억원으로 깎였다. 임 위원장은 강사법 시행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을 더 확보하고, 특별대책반 등 전담기구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립대학에 세금지원이 이뤄지는만큼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전면 감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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