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상승세가 꺾였다. 보통 컨벤션 효과로 지지세가 상승하기 마련인 전당대회 국면에서의 현상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가장 큰 원인은 5·18 망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7% 떨어진 25.2%였다. 10% 내외로 추격했던 민주당과의 격차는 다시 멀어지게 됐다.

5·18 망언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하나마나한 징계가 국민들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 18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일단 영상이나 지면으로 전해지는 현장 분위기는 뜨겁다. 가는 곳마다 가장 열렬한 환호를 받는 이는 3인의 당대표 후보자 중 하나인 김진태 의원이었다. 5·18 망언 주인공의 한 사람이자, 전당대회 출마를 이유로 징계가 유예되어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18일 강원 춘천시청 앞에서 열린 '춘천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김 의원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태 의원은 5·18 망언 논란 이후에도 이렇다 할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럴수록 그를 연호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 합동연설회장에서의 상황이다.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시선은 싸늘하고, 비판은 맹렬하다.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에서는 ‘춘천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가 발족을 알렸다. 단순히 ‘사퇴하라’을 넘어 ‘추방’을 외치는 것에서 분노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뜨거운 연설회장의 분위기에 도취된 탓인지 자유한국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5·18 망언으로 당 지지율이 대폭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합동연설회에서 연일 막말이 이어지고 있다. 18일에는 최고의원 후보 출마자인 김준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는가 하면, “제게 90% 이상의 표를 몰아주면 문재인은 반드시 탄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자는 앞선 15일 대전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청년최고위위원, 최고위원 후보들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진 의원의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 처벌받지 않은 것에 고무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런 광기에 가까운 혐오 발언들은 가뜩이나 국민들 눈밖에 나있는 자유한국당을 낭떠러지로 끌고 갈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발언을 자유한국당 지도부나 중진들이 나서서 만류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적이지도 않고 이념적이지도 않은, 그저 ‘막말’에 불과한 발언들이 쏟아져도 수수방관이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분위기가 이처럼 혼탁해지는 것은 합동연설회 객석의 대부분을 채우는 소위 태극기부대들의 환호와 야유 때문으로 보인다. 극우발언에는 환호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야유는 물론 쌍욕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도 거친 언사를 마다않는다. 단상과 단하를 가릴 것 없이 난장판이 따로 없다. 이런 것이 제1야당이 보일 수 있는 최선은 아닐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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