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5·18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됐던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이종명 의원에게는 제명을,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는 전당대회 출마자라는 이유로 징계유예 결정을 내렸다. 예상대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분노가 덜하지는 않다.

당규에 따른 결과라고는 하지만,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행위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거짓 징계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징계를 피한 김진태, 김순례 두 의원은 기세가 등등해졌고, 심지어 윤리위 회부사실을 선거운동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적 분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5·18 망언’ 이종명만 제명…김진태·김순례는 ‘징계 유예’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김진태 의원은 14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 합동연설회에서 “만약 당대표가 되지 않으면 김진태, 당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데 괜찮겠습니까?”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고의원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도 이번 논란으로 인지도가 오른 것에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라고 한다. 김순례 의원 역시 연설회에서 여전사가 되겠다며 기세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벌이 아니라 오히려 상을 준 셈이 됐다.

자유한국당 윤리위가 망언 의원들에게 제대로 된 징계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하도 논란이 커, 이번에는 국민정서에 응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은 변함이 없었다. 언론들도 하나같이 하나마나한 징계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전당대회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지유한국당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상식과는 동떨어진 핑계에 불과하다. 말로는 전당대회 이후 다시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벌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새로운 당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당 소속 의원을 징계하는 윤리위부터 가동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5.18 세월 흘러도 '이념 총구'…혐오 팔아 지지 얻는 기술자들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여론에 떠밀려 징계를 하겠다고는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징계사안이 아니라고 했던 망언 논란 초기 시점으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당규를 몰라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두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처음부터 징계할 의지가 없었다는 말을 듣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자유한국당 비대위는 이런 윤리위 결과에 기다렸다는 듯이 의결해 발표했다. “인민재판식으로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라고 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점입가경이었다.

국민들의 판단은 그와 달랐다. 리얼미터가 교통방송 의뢰로 11~13일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 28.9%에 비해 3.2% 포인트 빠진 25.7%로 나타났다. 30% 지지율을 목전에 두었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 전당대회 국면에 들어선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이번 5·18 망언 논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도 기계적 중립을 버린 모습이었다. 5·18을 우파의 무기로 표현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인식수준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14일 JTBC 뉴스룸이 “혐오를 팔아 지지를 얻는 기술자들”이라는 강력한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자유한국당의 징계 같지 않은 징계에 언론마저 분노하는 상황에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달궈지고 있다. 그 찻잔 속 열기가 국민의 분노를 막는 방패가 되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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