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의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 연재와 기본자료가 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책임연구원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 방법과 결과가 편향적이고, 이를 특정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보도했다는 비판과 함께 해당 연구의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확산되고 있다.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를 '내용분석 방법'으로?

'내용분석 방법'은 연구자가 설정한 분석기간에 분석대상이 표출한 텍스트의 특성이 무엇이었는지 검토하고, 추론하는 연구방법이다. 해당 연구는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를 분석기간으로 두고,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특성을 검증했다. 해당 연구가 검증 목표 설정한 '특성'은 구체적으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서 정치권력에 의한 공정성 훼손 여부다.

"우리나라 방송에 있어서 정치권력에 의한 공정성 훼손은 지속적인 문제였으며, 이러한 문제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기됨. 이 연구는 박근혜 정부 시기와 문재인 정부 시기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주요 지상파 방송(라디오 및 TV)이 드러내는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음."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박근혜-문재인 정부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연구> 중

그러나, 과연 내용분석 방법만으로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 공정성 훼손'을 검증해 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연구에서 제시하듯 단순히 프로그램 내용만을 나열해 놓고 분석을 실시하게 되면 방송사가 어떤 배경과 이유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즉 '맥락'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해당 연구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를 분석기간으로 두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직후 출범한 보수정부로 정치적 성향의 연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이정현 세월호 보도 개입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정권의 언론통제 정도가 심각했던 상황이라는 '맥락'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출범한 정부로서 정치적 성향 역시 달리하는 정부다. 때문에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 아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의혹들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내용분석 방법만으로는 이 같은 맥락을 분석결과에 담는 데 한계가 있다.

<文정부 들어 사장들 바뀌자, TV 시사프로 편향성 심해져>. 조선일보. 기획 06면. 2019/02/13

또한,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공정성의 훼손을 내용분석 방법을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해 내겠다는 연구목적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대표적 언론통제 사례인 '원세훈 국정원 MBC 장악 문건', '이정현 세월호 보도개입 사건' 등을 비추어 볼 때 정치권력의 언론통제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프로그램에 드러나는 일부 내용만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내용분석 방법은 통상 연구자가 하나의 논쟁적 이슈를 선정하고 해당 특정 이슈를 언론사가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사용되는 연구방법이다. 각 언론사의 보도태도가 단순 사실 전달에 그치고 있는지, 혹은 사실 전달을 넘어 어떤 프레임에서 전달하고 있는지 등 보도태도에 대한 비교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검증할 수 있는 연구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보도태도가 바뀌었다'는 식의 인과관계 해석은 불가능하다.

■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비교한다고 했지만… 문 정부 출범 후 신설 프로그램은 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보고서 제목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이다. 실제 연구 또한 두 정권 시기의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프로그램을 분석대상에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김용민 라이브', KBS '오늘밤 김제동',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MBC '스트레이트',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등이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정부별 비교에서 연속성을 갖기 어렵다. 해당 프로그램들의 사회적 영향력(청취율, 시청률 등)을 고려한다 해도 연구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이들 프로그램을 연구대상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 현 정부 비판 않고, 과거 정부 비판하면 언론 공정성 훼손?

무엇보다 해당 연구내용의 가장 큰 맹점은 '정부를 비판하지 않으면 정치권력에 의해 언론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는 식의 분석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출범한 정부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 규명되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언론이 검증하고, 비판한다는 이유로 현 정부에 우호적이라거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13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과의 통화에서 "이 연구는 결국 '특정 집단에 우호적이면 편향적이다'라는 기준을 가지고 이뤄진 연구인데, 아주 쉽게 얘기해서 '좋은 사람 좋다고 하면 편향적인가'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고 본다. 연구방법에 의문이 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편향성이 증가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에 비판적이냐 아니냐, 또 민주당에 우호적이냐 아니냐, 이것만을 가지고 판단을 했다"며 "잘한 것을 잘했다고 하고,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게 결과적으로 우호적이거나 약간은 긍정적인 게 더 많이 나왔다고 해서 그걸 편향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뒤늦게 밝혀진 발주처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독립적 연구"?

해당 연구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발주처를 밝히지 않았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리즈를 연재한 조선일보 역시 발주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서 발표 이틀 뒤인 어제(12일) 윤 교수는 발주처를 묻는 '미디어오늘'에 "해당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를 받은 것"이라며 "그러나 어떤 연구보다 엄정하게 이뤄졌고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엄정하고 독립적으로 연구… 모든 데이터 공개하겠다>. 조선일보. 기획 06면. 2019/02/13

이후 윤 교수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라는 점, 총 연구비는 3000만원이며 연구 인력은 총 8인이라는 점 등을 밝혔다. 윤 교수는 공지에서 "연구내용은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얼마의 연구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가라는 비본질적 측면에 주목해 연구 의의를 훼손시켜려는 시도에 대해 본 연구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재차 연구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3일자 보도에서 윤 교수 인터뷰 기사를 실으며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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