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가 약속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논의 시한이 만료를 앞둔 가운데, 무엇보다 '방송의 독립성'을 목표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뤄내는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국회 원내 교섭단체들은 방송법에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명문화하는 이른바 '박홍근 안'을 사실상 중심에 두고 개정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추천 역사를 이번 기회에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KBS 방송문화연구소 후원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쟁점과 과제' 긴급 현안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해, 2월 임시국회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현재 여야 원내교섭단체는 2016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박홍근 안'을 사실상 중점에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홍근 안'은 기존 관행으로 이뤄져 왔던 정치권 추천 몫을 방송법에 명문화 한다는 점에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행 방송법상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추천·임명 권한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있지만, 정치권 여야는 '관행'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해왔다.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는 공영방송 이사추천 관련 방송법 개정안 논의는 '방송의 독립성'을 원칙으로 삼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KBS 방송문화연구소 후원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 쟁점과 과제' 긴급 현안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유선영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정미정 박사, 이경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임성우 바른미래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 정연우 세명대 교수. (미디어스)

첫 발제를 맡은 정미정 박사(전북대 강사)는 "'정치권 추천'이라는 관행을 결국 입법화 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양당의 의지를 묻는 것"이라고 발제 내용을 압축했다. "공영방송 이사추천 할당비율을 여야가 나눠 갖는 것은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 의지의 발현"이라는 것이 정 박사의 비판이다.

정 박사는 현재 국회 과방위 논의에 올라있는 개정안들 중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 정도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에 부합하는 안이라고 봤다. 추 의원이 발의한 안은 공영방송 이사의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시민 200명이 참여하는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해 공영방송 이사를 시민이 직접 뽑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별도로 정 박사는 법률상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린 뒤에 지배구조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박홍근 안', '강효상 안', '이재정 안', '추혜선 안' 등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들을 살펴보면 적용 법안 대상 방송사를 각 안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의가 현행법상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법률상 정의를 확실히 한 뒤 독립성, 지역성, 다양성 등을 고려한 심도있는 개선안을 도출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박사는 "여당도, 야당도, 그 어떠한 정치정당의 개입을 배제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면서 "결국 문제는 또 국회다. 각 정치세력에게 유리하지 않은 제도개선을 할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국회의 개입을 차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관행을 입법화할 것인가"라고 재차 반문했다.

이어서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국제사회 원칙을 소개하며 '방송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원칙과 기준은 상대적으로 공영방송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유럽의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특히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CoE)는 공영방송에 대해 지속적으로 권고사항을 발의하고 적용하는 국제기구다. 현재 4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유럽평의회의 결정이나 권고사항은 국제적 기준으로 상정된다.

이러한 위상을 갖는 유럽평의회는 1996년, 2000년, 2006년, 2007년, 2012년 등에 걸쳐 공영방송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해왔는데, 권고안의 대원칙은 '독립성'이다. 이사회 구성과 사장선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독립성'으로 두고, 이를 법률안에 명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권고안을 국제표준으로 삼아 자국 상황에 맞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독일의 ZDF, 캐나다의 CBC, 호주의 ABC·SBS 등이 해당된다.

공영방송 3사(KBS, MBC, EBS) 사옥

각 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회 및 경영진의 임명절차나 구성 등은 차이를 보이지만, 임명절차에서 '독립성', '다원성', '전문성' 등에 대한 고려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같은 국제표준에 비추어 볼 때 '독립성', '국민 참여 방식의 도입', '전문성'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소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할 때, 원칙이나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정부나 국회 혹은 정당에 추천권을 부여 하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정상 민주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 임성우 바른미래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재 국회는 사실상 '박홍근 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임성우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오늘 각 원내교섭단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박홍근 안'을 골자로 하되, 사장 추천·임명 시 특별다수제 찬성 비율을 기존 2/3 이상 찬성에서 3/5으로 완화하는 안을 제안했다. EBS 이사 수의 경우 교육방송인 EBS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 13명 안에서 9명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사 추천권한에 있어서는 정치권 추천을 명문화 하되, 사장 추천·임명에 대해서는 국민참여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2017년 양대 공영방송 파업 이후 KBS의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적용됐던 방식이다. KBS는 당시 사장 후보자 평가에 있어 시민평가를 40% 반영했지만 민주당은 시민평가를 60% 이상 반영하는 안을 검토중이다. 한국당은 '박홍근 안'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노사동수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