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금 4인방의 성균관 스캔들이 끝나고 우울했던 월화극에 다시 상큼한 바람이 부는 것만 같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첫방을 시작한 매리는 외박중은 "역시 문근영과 장근석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매리는 외박중은 풀하우스의 작가 원수연의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미디어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입니다. 웹툰에서는 고집쟁이 철벽녀 매리와 거칠고 매력적인 록커 무결의 연애담을 발랄하게 그려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조금 각색되고 가공의 인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문근영과 장근석이 기대 이상으로 귀엽고 멋지게 연기를 잘 해서 원작 이상으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문근영의 연기 변신이었습니다. 정말 신데렐라 언니에서 보여주었던 그 차가운 이미지의 문근영은 전혀 떠올릴 수 없었는데요. 문근영은 180도 달라진 캐릭터로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어쩌면 연기 변신이라기보다는 데뷔작인 어린 신부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원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로 돌아간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번 매리는 외박중에서 문근영은 어린 신부에서 보여주었던 국민 여동생의 느낌과는 또 달랐습니다. 어린 신부 때는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귀여운 쪽으로 더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좀 더 사랑스러운 쪽으로 더 무게가 실린 느낌인데요. 물론 이제 문근영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이미지로 식상해질 수 있는 것을 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근영의 술 취한 연기는 완전 물이 올랐는데요. 정말 술을 마시고 연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만큼 리얼했습니다. 풀린 눈에 어눌한 대사 처리까지 정말 완벽했는데요. 덕분에 정말 만화같은 장근석과의 첫 만남이 너무도 알딸딸하게 느껴졌습니다.

문근영과 장근석, 대박커플 탄생하나?

문근영이 연기하는 위매리는 늘 사고치며 사는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괴롭지만, 힘들 때마다 눈을 감고 숫자를 10까지 세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는 밝은 모습의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다소 엉뚱하기도 하고 귀엽지만 욱하는 성격도 지닌 24살의 국문학과 휴학생인데요. 살던 집에 있던 모든 가구와 가전 등은 아버지의 빚으로 모두 빨간 경매 딱지가 붙어 급기야 모두 처분되고, 텅 빈 집에서 가까스로 빼돌린 텔레비전을 통해 드라마를 보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매리는 친구들이 술 마셨다는 전화를 받고 뛰어나가 2만원에 대리운전을 해주는데요. 친구들은 그런 매리를 설득해 오랜만에 홍대로 놀러가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매리는 차를 몰고 홍대로 가서 클럽을 찾다가 그만 앞을 지나가던 무결(장근석)을 치고 마는데요. 매리는 깜짝 놀라지만, 무결은 괜찮다며 그냥 가버립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가면서 뒤돌아보는 무결을 보고, 차번호를 외워 나중에 뺑소니로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자해공갈단이 아니냐며 걱정하는데요. 합의금이란 말에 걱정이 태산인 매리는 무결을 쫓아가 괜찮다는 확인서를 받으려 합니다.

장근석이 연기하는 강무결은 성공보다는 음악이 먼저인 꽃거지 포스의 막가파인데요. 시크하고 나른한 길고양이 보헤미안을 떠올리게 합니다. 밴드에서는 리드 보컬과 퍼스트 기타를 담당한 프론트 맨으로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을 하며 상당한 여성팬과 인기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여자에게 금세 싫증을 느끼고 떠나는 나쁜 남자입니다.

무결은 자꾸만 자신을 쫓아와 아까 당한 교통사고가 괜찮냐며 확인서를 받아가려는 매리가 귀찮은데요. 매리는 무결이 괜찮다고 해도 자꾸만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며 조르지만, 이미 싸인 한번 잘못했다가 위약금 물고 월세도 뺀 무결이기에 이제 다시는 싸인을 하지 않겠다 다짐합니다. 매리는 무결을 취하게 해서 싸인을 받아내려고 잔머리 쓰다가 들켜서 같이 술을 마시고 마는데요. 결국 둘 다 만취해서 가게를 나오게 됩니다. 무결은 술을 먹고 보니 매리가 참 귀여워 보이는데요. 술버릇이 스킨쉽인 무결은 매리의 이마에 숨겨진 흉터를 발견하고 이쁘다며 흉터에 뽀뽀를 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매리는 외박중은 힘든 환경 속에서 다소 억척스러운 여자 주인공과 세상만사 귀찮아하는 남자 주인공이, 100일 간 가짜 결혼을 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는 진부한 러브스토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연기하는 문근영과 너무나도 꽃거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장근석의 시크함과 뻔뻔함이 너무도 매력적입니다.

그렇게 매리는 외박중은 스토리를 떠나 문근영과 장근석의 이미지만으로도 두근거리게 만드는데요. 첫회에서 드러난 그 둘의 모습만 봐도 앞으로 대박커플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려질 그들의 가짜 결혼 생활은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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