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국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8일 저녁, 광저우 웨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C조 조별 예선 1차전에서 전반 36분, 리광천에 선제 헤딩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 전적 1패를 안고 출발하게 돼 다소 아쉬운 첫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

사실 전력을 놓고 봐도 북한이 한국보다 앞설 것이라는 '다소 의아한' 예상들이 있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베스트11은 없다'라고 했을 만큼 선수들의 기량이 전체적으로 탄탄하기는 했다 해도 남아공월드컵에 뛴 선수만 10명에 이르는 북한의 경험 많은 선수들을 상대하기는 벅차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했던 부분 뿐 아니라 많은 면에서 상당히 답답했던 모습을 보여주며 조금은 힘든 아시안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해보게 됐습니다.

▲ 한국-북한 아시안게임 예선 첫경기에서 선취골을 넣은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한국은 점유율에서만 앞섰을 뿐 전혀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답답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중원에서 볼이 돌기는 했지만 전방에서 이를 해결할 만한 선수들이 없었고, 촘촘한 북한의 그물 수비망도 전혀 뚫지 못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측면에서 뭔가 기민한 움직임이 있기는 했지만 볼을 잡아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선수가 제몫을 다 못하면서 흐름이 자주 끊겼고, 몇몇 선수들은 볼컨트롤 미숙으로 여러 차례 잡을 수 있었던 기회도 살리지 못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특유의 '벌떼 수비'가 제 위용을 갖췄고, 세트 피스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자주 보이는 등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축구를 구사하면서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템포 조절도 잘 됐고, 후반 20분 박남철의 퇴장으로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강한 조직력으로 한국 공격을 잘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볼을 잡은 횟수는 한국이 많았지만 전체적인 효율성을 놓고 보면 북한이 훨씬 잘 했던 경기였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한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번 경기를 통해 조직 축구, 효율 축구에 대해서 베테랑이 많은 북한으로부터 많이 배웠을 것으로 생각됐을 정도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박주영이 출전하면 좀 상황이 나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파괴력 있는 공격력을 자랑하는 박주영이 좀 일찍 가세했더라면 결정적인 기회에 득점과 연결시키며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을 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경기 끝나고 가진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북한이 전방으로 찔러주는 볼의 길목 자체를 잘 차단하고, 경기 운영 방식을 꿰뚫고 있었던 만큼 별반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앞으로 한국이 조직력을 갖추고 촘촘한 밀집 수비를 구사하는 약한 상대와 만났을 때 이번 북한전과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박주영도 별다른 활약이 없다면 결코 금메달을 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갖게 한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물론 아직 좌절하기는 이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이전과 다르게 참가국 숫자 확대(16개국에서 24개국으로)로 조 3위에 올라도 와일드 카드 제도에 의해 16강에 오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치를 조별 예선 경기가 요르단, 팔레스타인으로 1차전 상대였던 북한보다 전력이 한참 처지고, 북한전 패배의 아픔을 씻고 다시 치고 올라설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지난해 U-20 월드컵 때도 한국은 1차전 카메룬전에서 패했지만 2,3차전을 1승 1무로 만들어내 결국 16강을 넘어 8강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8강 멤버들은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저력 정도는 한국 선수들이 갖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화끈한 경기를 자랑할 것으로 기대했던 홍명보호가 북한전과 같은 모습을 남은 조별 예선에서 또 보여준다면 상황은 좀 곤란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직 젊은 선수들인 만큼 좋은 보약을 먹었다는 생각으로 하루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다시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은 없지만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과제를 잘 해결하고, 박주영의 가세로 달라질 팀 분위기에도 적절히 대처해서 다시 금메달 꿈을 살려야 할 것입니다.

일단 첫 경기는 아쉽게 출발했습니다. 이번 패배를 딛고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심기일전하는 홍명보호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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