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3년 주기의 지상파-유료방송 간 재송신료(CPS)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상파는 현재 400원인 CPS를 최대 800원까지 인상하는 요구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업계는 8VSB에 대한 법원 판단 및 불투명한 CPS 산정기준을 근거로 인상율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지상파-유료방송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윈-윈' 취지를 살리는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업계 관계자 및 언론 등에 따르면 지상파-유료방송사 간 CPS 협상과 관련해 IPTV와의 협상이 이미 진행중에 있으며, 지상파는 약 600원~800원 선의 CPS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PS는 통상 3년 주기 재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지난 2015년 협상의 경우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 대립으로 해를 넘긴 2016년에 점진적 인상안이 타결돼 2018년 가입자당 400원에 이르렀다.

지상파 방송 3사(MBC, KBS, SBS) 사옥

당장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업계에서 해당 인상율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280원, 400원, 800원도 산정기준이 없다"며 "계산을 해서 나온 것도 아니고, 시청률이 반영된 것도 아니고, 시장가격이랄 게 없는 상태에서 협상력이 우세한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012년 280원을 기준으로, 이후 지상파의 영향력, 시청률, 화제성은 뭘로 보나 떨어졌다. 그러면 가격은 올라야 하나 떨어져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최대 800원까지 올려 받으려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상파가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지상파는 통상적 수준의 요금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복수의 지상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상파는 프로그램 재송신료에 대한 사회 인식의 전환, 유료방송계 영업이익 증가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에 대한 지상파 프로그램의 영향력, 프로그램 제작비 상승 등을 고려한 요금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근래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 계약 없이 사용한 일부케이블 방송에 대해 법원이 재송신 계약의 필요성을 인정한 부분도 인상 요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협상을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 8VSB 가입자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별도의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도 HD 방식의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는 전송 방식이다.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복지 향상 차원에서 도입됐다. 때문에 그동안 8VSB는 재송신료 산정 대상에서 면제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8VSB 가입자를 재송신료 산정 대상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지상파의 입장이다. 재송신 계약 없이 디지털 방송이 송출되는 8VSB에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 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2016년 말 기준 8VSB 가입자 수는 336만 명으로 전년대비 116.7% 급증했다. 지상파 입장에서 8VSB 가입자가 재송신료 산정 대상에 포함되면 새로운 수익 창구가 생기는 셈이다.

반면 유료방송업계에서는 지난달 대법원 판결을 들며 8VSB에 대한 재송신료 논쟁은 종결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은 8VSB 가입자는 재송신료 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부산고법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부산고법은 SBS와 울산방송(UBC)이 케이블TV방송사 JCN울산중앙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재송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8VSB 가입자는 재송신료 산정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8VSB 가입자들이 정부 복지 정책의 수혜자이며, 아날로그 가입자와 비슷한 수준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고, 양방향·VOD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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