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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 몰려오는데 우유나 줍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도우리의 미러볼] 승리 클럽 ‘버닝썬’ 강간약물카르텔 논란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9.02.02 12:00

빅뱅의 ‘승리 클럽’으로 알려진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이 논란이다. 이번 사건이 클럽 직원이 여성을 강제로 VIP룸으로 끌고 가던 것을 한 남성이 제지하던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클럽의 강간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클럽 차원의 약물유통과 성폭력 방조 및 일조, 경찰의 뇌물수수 및 유착 비리 의혹까지 규명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강간약물 유통 및 폭력 사건으로 논란이 된 클럽 버닝썬 입구(사진=연합뉴스)

음악과 술이 있고, 화려한 조명 아래 춤을 추는 공간인 클럽은 자유와 젊음의 상징이다. 하지만 오히려 기존의 성차별과 편견들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클럽에 자주 가는 여성을 두고 ‘클럽 죽순이’라는 멸칭이 붙거나, ‘배드 터치(bad touch), 부비부비, 골뱅이(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여성)’라는 용어로 성폭력 문제를 순화하는 일 등이 그렇다. 이번 사건만 해도 강간을 위해 여성의 의식을 잃게 하는 ‘물뽕(GHB)’ 약물이 클럽 차원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전히 남성은 유흥의 주체지만, 여성은 유흥의 타자로 여겨지는 탓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자신의 성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일탈한다는 명목 하에 물뽕을 몰래 타거나, 성추행이나 강간까지 서슴없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클럽을 찾은 여성은 남성에게 자유롭게 유흥할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클럽 홍보 사진이 노출이 심한 여성 위주라는 점, 여성 클럽 무료입장에 대해 남성들이 딱히 ‘역차별’이라며 지적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여성이 성적 주체로 호명될 때는 유독 성폭력 사건의 원인을 여성의 탓으로 돌릴 때가 많다.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어서, 너무 예뻐서, 모텔까지 따라 들어가서’ 등으로 언급될 때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물뽕(GHB)’도 ‘여성 흥분제’라는 명칭으로 유명한데, 실제로는 여성을 흥분시키기는커녕 의식과 기억을 잃게 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여성흥분제’라는 용어는 물뽕을 먹은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해서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또 ‘여성흥분제’는 여성의 기절 상태, 즉 성관계를 거절하지 않는 것이 동의로 받아들이는 문화까지 환기시킨다. 모두 상대방을 성적 주체로 보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보고 클럽에서의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여성들에게 ‘남자친구와 부모님에게 미안하지도 않느냐’라는 반응들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성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차원이 아닌, 남성과 부모의 소유권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여성의 성은 단속되거나,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슷하게 ‘여성이 클럽을 가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간 문화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그렇다. 이 역시 여성의 안전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단속하고 성폭력 책임을 돌리는 논리이며, 여성의 클럽 이용을 제지함으로써 결국 여성의 영역을 좁히는 일이다. 단속되어야 할 것은 남성들과 클럽 측이다.

[클럽 '버닝썬' 사건] '1칸 3명' 호텔 화장실…"갔다오면 눈 풀리고 코 줄줄"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몸을 못 가누는 상대를 두고 하는 성관계는 섹스인가? 강간이다. 또 여성을 성적 객체로 대하는 남성은 주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 온전한 동의를 받아낼 수 없는, 여성을 제대로 유혹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이로써 또 하나의 강간 문화의 실마리가 드러났다. 웹하드 카르텔, ‘○○계 내 성폭력’ 카르텔에 이어 강간약물 카르텔까지. 지금도 ‘클럽’, ‘물뽕’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많은 ‘홈런(성관계)’ 인증과 후기, 관련 기사들까지 볼 수 있다. ‘남자는 늑대’라고 하거나, 여자친구를 클럽에 가지 못하게 하거나, ‘클럽녀’를 비하하는 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 실은 ‘침묵의 카르텔’ 아니냐고 묻고 싶다. ‘나도 당했다’를 넘어, ‘나도 침묵했다’라는 미투 운동이 나와야 할 때다.

최근 고려대 남학생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역차별의 사례로 ‘초등학교 때 우유 당번’의 사례를 들어 비웃음을 샀다. 여성들은 물뽕 약물이나 불법 촬영 영상, 데이트 폭력 등의 강간 문화를 말하는데 고작 남성이 불편했던 사례로 든 것이 우유 당번이냐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묻지 않을 수 없다.

‘해일이 몰려오는데 우유나 줍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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