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원에 다녀야 하나?”

김칫국부터 마시는 걱정이긴 하지만, 연예 매니저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류의 지속 발전을 위해 지난해 12월28일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 등이 발의한 '공인(公認)연예인관리자의 업무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연예계의 반응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국가 발전을 위해 기업이 당면한 여러 규제를 푸는 것과는 달리, 한류 발전을 위해 규제의 틀을 마련한다는 발상이 아이러니하다.

▲ 이데일리 화면캡쳐
법률안의 골자는 △연예인 매니저가 되려면 문화관광부 장관이 시행하는 공인연예인관리자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연예기획사는 문화관광부령에 따라 개설등록해야 한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간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연예기획업자는 영화, 드라마 제작을 겸업할 수 없다 △기획사 소속 연예인이 영화·드라마·광고 등에 출연해 받는 수입금액의 20%를 초과해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등이다.

고진화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류열풍과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연예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자격이 미달하는 연예기획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고 있다"며 "무자격 연예기획사들의 난립을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공적관여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정임에 틀림없다. 한류하는 부가가치 아이템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당혹감이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우리 연예기획사가 일본·미국의 동종업계의 나쁜 관행을 답습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류라는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내수에 확실한 베이스가 있어야 하는 데 현재 그렇지 못하고, 입안된 새 법률안 역시 그것을 담보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 법안이 통과하면 우리 같은 대형 기획사 몇 곳만 살아남을 것이고, 신생 기획사는 업계 진입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을 발의한 측은 이 법률안의 취지 대로하면 연예기획사를 병행한 제작사의 연예인 끼워팔기 관행과 천정부지의 계약금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본 듯하다. 그러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연예인 끼워팔기는 제작사를 병행하지 않더라도 톱스타급을 거느린 매니지먼트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례로 끼워팔기라는 용어는 1990년대 한 매니저가 자신이 거느린 톱스타를 작품에 출연시킬 때 신인을 끼워 넣으면서 생긴 말이다. 수수료 부분도 '스타만들기'에 들어가는 로드 매니저·코디네이터 등 스태프의 임금과 차량 운행비, 식사비, 노래(연기)연습비를 고려하면 무리가 있는 상한선이다.

▲ 이데일리 화면캡쳐
게다가 암묵적으로 벌어지는 성형비용까지 포함시키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결국 이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업운용 제한은 연예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겸업 금지 역시 글로벌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예를 따른 것으로, 아시아 어느 국가도 이런 법률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한다. 결국 득보다 실이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법령 시행의 소프트웨어도 문제다. 자격 시험의 범위와 과목은 무엇이며, 평가의 근거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여기에 평가자는 누구인가. 무형의 연예 자산 수수료를 부동산 중개수수료 쯤으로 여기는 시각도 문제다. 인세 수입을 형편없는 소설가가 난무한다고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소설가 자격시험을 보겠다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백번 양보해서 이번 법안이 악덕 연예기획사를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억의 출연료를 꺼리낌없이 요구하는 승자독식의 스타시스템과 음반산업 붕괴를 초래한 인터넷모바일 음원의 수익배분 등 현존하는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나아가 악덕 연예기획사를 막을 지는 몰라도 발전 방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규제법안이지 발전법안은 아니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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