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여전히 대단했다. 아시안컵에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팀에 복귀한 손흥민에겐 휴식이 다시 좋은 보약이 되었다. 가장 치열한 EPL에서 폭발적 스피드와 골감각으로 위기의 토트넘을 구해냈다.

무너지던 토트넘 구해낸 손흥민의 원더골, 시즌 13호로 빛냈다

UAE에서 돌아온 지 사흘이 된 선수가 토트넘을 구했다. 우승도 노리고 있던 토트넘은 손흥민이 아시안컵에 출전하며 흔들렸다. 여기에 케인과 알리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은 3연패에 빠졌다. 모든 대회 우승까지 도전했던 토트넘은 손흥민이 없는 사이 모두 탈락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왓포드 전에 손흥민이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직접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친 선수를 팀이 위기라는 이유로 강제로 출전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체력적 충전이 이뤄진 손흥민은 더는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가장 지친 손흥민이 현 시점 토트넘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임을 다시 증명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왓퍼드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가운데)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런던 EPA=연합뉴스)

왓포드를 홈으로 불러 치른 시즌 24라운드 경기는 중요했다. 4연패로 이어지게 되면 3위 자리도 위태롭게 된다. 그 어느 해보다 4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EPL이라는 점에서 토트넘의 24라운드 경기는 너무 중요했다. 완벽하게 회복되었을 수 없는 손흥민이 나와야 할 정도로 말이다.

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경기 시작과 함께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지친 손흥민이 왓포드 수비수들을 기겁하게 한 폭발적인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시작과 함께 상대를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말 손흥민이 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단독 드리블에 중앙에서 수비수들을 흔들며 직접 슛을 쏘는 등 전반 토트넘은 손흥민이 전부였다. 쓰리백으로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을 단단하게 채워야 할 정도로 토트넘은 불안했다. 연패가 이어지며 더는 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전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손흥민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첫 골은 왓포드의 몫이었다. 전반 37분 왼쪽에서 시작된 패스는 왓포드 선수와 토트넘 수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했다. 그 과정에서 왓포드 카스카르트와 토트넘 산체스가 엉키면서 골로 연결되었다. 두 선수가 모두 골에 관여한 왓포드의 선취골이었다.

압도하던 분위기는 선취골을 내주고 흔들렸다. 하지만 토트넘으로서는 더는 져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후반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윙으로 올린 수비수를 공격수로 교체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축한 토트넘은 강력하게 왓포드를 압박해갔다.

토트넘 손흥민(가운데)이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왓퍼드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첫 골을 넣고 있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좀처럼 터지지 않던 골은 70분 손흥민에 의해 나왔다. 중앙에서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왼발 슛을 한 공이 골망을 갈랐다. 0-1로 끌려가던 토트넘은 손흥민의 복귀 골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동점골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이 해결했다.

동점골을 만들고 손흥민이 격하게 포효를 하는 장면은 그 골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퍼포먼스를 하던 손흥민은 이번에는 달랐다. 마치 성난 사자와 같이 포효하는 손흥민의 모습에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가득했다.

리그 9호 골이자 시즌 13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으로 인해 분위기는 다시 한번 달라지기 시작했다. 80분 침묵만 지키고 있던 요렌테가 드디어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과 케인이 빠진 상황에서 원톱의 몫은 요렌테였다. 하지만 바람처럼 그는 두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었다.

왼쪽에서 대니 로즈가 중앙에 있던 요렌테를 보고 찔러준 공을 수비수들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뛰어올라 헤더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전반 선취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경기는 손흥민의 원더골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몰아붙인 토트넘은 요렌테의 헤더 역전골로 3연패를 끝내고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로이터=연합뉴스]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토트넘은 3위 자리를 지켜냈다. 지키는 수준에서 벗어나 2위와 1위 자리도 다시 노릴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것도 반갑다. 시즌 시작과 함께 강력한 1위를 이어가는 리버풀은 비겼다. 2위 맨시티는 다시 졌고, 폭주하던 맨유도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4위인 아스널은 승리를 거뒀지만 첼시는 본머스 원정에서 0-4로 지며 4위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상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을 구했다. 2선 공격수로 윙어로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팀 에이스로 경기를 주도하며 연패를 끊어냈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지친 상황에서도 토트넘을 구한 손흥민.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다. 토트넘 팬들이 그토록 손흥민을 갈망한 이유는 왓포드 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돌아온 에이스가 팀을 바꾸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24라운드 승리로 2위 맨시티와는 승점 2점으로 추격 중이다. 1위 리버풀과는 여전히 7점 차가 나고 있지만 리그 후반 경기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승점 차다. 4위인 아스널과는 7점 차로 유지하며 3위 자리를 지킨 토트넘은 손흥민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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