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홍가혜 씨가 디지틀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디지틀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 더 스타 등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지원 활동가로 방송 인터뷰를 한 홍 씨를 '허언증', '정신질환자'로 표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4일 "이 사건 각 기사의 보도행위로 인하여 원고(홍가혜 씨)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인격권이 침해되었으므로, 피고(디지틀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하여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것"이라며 디지틀조선일보가 홍 씨에게 6000만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홍 씨는 디지틀조선일보를 상대로 1억 5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홍가혜 씨가 디지틀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승소했다.(사진=다큐멘터리영화 '가혜' 트레일러 캡처)

홍 씨는 2014년 4월 18일 오전 6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선착장에서 세월호 구조작업과 관련해 MB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홍 씨는 인터뷰에서 '해경의 지원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다', '민간잠수부들이 생존자 대화를 시도했고, 생존 신호도 확인했다' 등의 취지로 말했다.

해당 인터뷰로 홍 씨에 대한 여론이 집중되자 이후 디지틀조선일보는 조선닷컴과 더 스타에 각각 27건, 4건의 홍 씨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각 기사에는 당시 홍 씨를 허언증으로 몰았던 스포츠월드 기자 김용호씨의 주장과 SNS에서 떠돌던 주장 등이 인용됐다. 디지틀조선일보는 홍 씨가 ▲과거 걸그룹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의 사촌언니라고 사칭했다 ▲허언증·정신질환자이다 ▲다수의 야구선수들과 만남을 가졌거나 애인이었다고 사칭했다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일본 도쿄 주민이라고 자처했다 ▲연예부 기자라고 사칭했다 ▲트위터를 통해 네티즌을 비꼬았다 등의 내용을 기사로 게재했다. 그러나 이는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디지틀조선일보측은 소송에서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단정해 보도한 부분은 전혀 없고 ▲홍 씨의 인터뷰를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적 의견만을 개진했을 뿐이며 ▲ 각 기사에 적시된 사실은 진실이고 ▲진실이 아니라도 김용호씨가 자신의 이름을 건 '기자 칼럼'을 통해 홍 씨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나섰으므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4년 4월 18일 MBN 홍가혜 씨 인터뷰 보도 화면 캡쳐

그러나 재판부는 디지틀조선일보가 논란을 소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기사 제목을 통해 '거짓말' 부분에 이목을 집중하게 한 점 등을 지적, 홍 씨의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용호 기자의 트위터 및 칼럼은 가십적 보도의 성격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기사는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라는 공익적 사안보다는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원고의 사생활 관련 소문들과 홍 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틀조선일보가 이 사건 각 보도 부분을 기사로 게재하기 전에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하였는지, 어떤 근거나 자료로 진실이라고 믿었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된 증명이 없다"며 "디지틀조선일보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 씨는 25일 자신의 SNS에 해당 판결문 전문을 공유하며 "앞으로 저같은 언론폭력을 당했을 때 전례가 될 수 있는, 선한 결과"라고 승소 소감을 밝혔다.

홍 씨는 "사실 조선일보 측은 저에게 500만원에 합의하자고 했다. 그들은 사람의 목숨값이 500만원일까, 분노가 치밀었다"며 "합의는 반성의 기미라도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받을 수 없는 사과는 억장에 꽂힐 뿐"이라고 조선일보 측을 비판했다.

이어 "여기까지 오는데 소송비용 또한 2억여원이 들었다. 금액따지면 손해지만 저는 이들의 거짓을 사법역사에 남기고 싶었다"며 "사법역사에 그들의 거짓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란 진실이 기록된 제대로 된 판결문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술회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홍 씨가 MBN과의 인터뷰로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1⋅2심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바 있다.

1⋅2심 재판부는 "홍 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해경의 구조작업이 미흡했다 등의 내용을 모두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당시 해경의 구조작업과 지휘, 현장 통제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근거로 홍 씨의 인터뷰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허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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