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 반발하며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이 5시간 30분 주기로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딜레이 식사', '간헐적 다이어트' 등의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언론도 한국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언론이 보기에도 한국당의 행태가 한심했던 모양이다.

28일자 조선일보는 한국당이 '자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최승현 정치부 차장은 <'自爆 투쟁' 벌이는 한국당> 칼럼에서 "이쯤 되면 대여 투쟁이 아니라 자폭 투쟁이라 할 만하다. 자유한국당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작년 말부터 현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1 야당은 번번이 '헛발질'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자 조선일보 최승현 정치부 차장 칼럼

최 차장은 "의원들이 4~5명씩 조를 짜서 국회에서 단식을 한다는데 그 시간이 5시간 30분씩"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5~6시간에 한 번씩 끼니를 해결하니 '단식 쇼'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최 차장은 "일말의 절실함도 찾아볼 수 없다"며 "'릴레이 다이어트' '웰빙 단식'이란 조롱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최 차장은 "앞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은 작년 12월 31일 해를 넘겨가며 14시간여에 걸쳐 이어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이 완벽한 '판정패'를 당하며 흐지부지됐다"며 "12년 만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질문에 '팩트'는 없고 '호통'만 있었다. 오히려 조국 민정수석의 흐트러짐 없는 답변 태도만 주목받았다. 하락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운영위 직후 반등했다"고 썼다.

최 차장은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며 "22일 목포에 내려가 20여 분간 머물렀던 '보여주기'식 일정으로 지역 주민들 비판을 받더니, 다음 날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목포는 호구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역 감정은 들끓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25일 유감을 표명했다"고 했다.

최 차장은 "한국당이 야당 된 지도 3년째다. 집권 초 기세등등하던 여권은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권의 존립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서도 심각한 위기 징후가 보인다"며 "그런데 언론이 제기한 의혹의 불길이 한국당 손을 타기만 하면 사그라드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최 차장은 "각종 의혹과 관련해 TF를 구성했지만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팩트를 찾기보다 적당한 수사로 하루를 넘기거나 어이없는 실수로 역풍을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썼다.

28일자 중앙일보는 <단식? 자유한국당의 고질적인 무개념> 사설에서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국민 감정이나 상식과는 동떨어진 한심한 일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8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한국당의 5시간 30분 릴레이 단식을 소개하며 "'의원들이 바쁜 때이기 때문에 취지를 같이하면서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조를 나눴다'는 설명이지만 '9시에 아침 먹고 2시30분에 점심 먹는게 다이어트지 단식이냐' '단식 개그'라는 조롱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단식은 합법적 수단으론 도저히 권력에 맞설 수 없던 시절, 정권에 대항하던 수단이었다"며 "목숨을 걸만큼 비장했기 때문에 YS와 DJ는 독재정권 하에서도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어떤 절박함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이벤트를 '단식'으로 포장한 한국당의 고질적 무개념에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한국당은 손혜원, 서영교 의원 문제에 대처하면서도 본질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채 알맹이 없는 '초권력형 게이트' 운운하는 헛발질로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지난해말 어렵사리 합의한 서울교통공사, 강원랜드 등에 대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뒷전으로 밀린 채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한국당은 '민주당이 소극적'이란 이유를 대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해봐야 한국당도 상처입을 게 뻔하기 때문에 발 빼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이러니 한국당이 자신들의 사활이 걸린 권력다툼에만 올인하는 오렌지 웰빙 정당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안이함과 결별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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