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전혁수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KT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 방안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가 가져오는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 방안을 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KT스카이라이프가 KT의 영업수단 내지 보조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공공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KT스카이라이프 안팎에서 있어왔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02년 3월 '난시청 해소', '통일대비 방송서비스 구축',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 제공' 등 공적책무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출범 십수년이 흐른 현재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1년 KT가 지분 50.16%를 확보(현재 49.99%)한 후부터 KT의 주력상품인 통신상품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CI (사진=스카이라이프 홈페이지)

또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KT는 다른 IPTV사업자나 SO들보다 우월적 위치에 서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료방송 시장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유료방송 합산규제였다. 지난 2015년 국회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위성방송, IPTV, SO를 한 사업영역으로 묶어 시장점유율 1/3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27일 일몰됐지만, 유료방송 시장에 큰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KT의 시장점유율이 더 늘어났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규제 부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KT와 반KT 진영으로 나뉘어 합산규제 찬반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런데 22일 국회 과방위 제2법안소위 과정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부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 논의로 확산되면서 논의의 양상이 바뀌었다. 당시 소위에 참여한 여야 위원들은 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이란 방향성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소위 종료 후 2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스카이라이프는 도서 벽지 지방에서 사각지대를 없애고 통일 대비 기능을 해야 하는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 됐다"며 "(KT와의) 분리가 전제가 된다면 합산규제가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회의 KT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 논의와 관련해 23일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위성방송의 위상 재정립을 위한 개선 방안 모색>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서 안 수석전문위원은 ▲KT 지분의 분할·매각 ▲지배구조 개선 ▲공공·공익 목적 프로그램 확대 ▲공적기능 확대를 위한 공적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KT가 스카이라이프 지분을 매각한다면 스카이라이프의 공적 기능 활성화와 함께 앞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난시청 지역 해소 및 농산어촌 등 취약지역의 방송 접근권 강화와 다가오는 남북공존시대에 적합하도록 특정 민간기업의 전유물의 형태를 벗어나 위성방송의 소유지분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복수의 공기업 혹은 공익적 목적의 기관들이 컨소시엄 형태를 구성해 KT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거나, 단일 공적 기능을 갖는 기관이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YTN 지분 구성과 같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YTN은 한전KDN이 21.43%, 한국인삼공사 19.95%, 미래에셋생명보험 14.98%, 한국마사회 9.52%, 우리은행이 7.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최소한 2000년 1월 시행된 제정 방송법하의 33% 제한으로 복원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를 강제하기 위해선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공영방송 KBS와 2012년 10월 스카이라이프 지분을 매각한 MBC의 지분 소유 부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지분 확대를 통해 스카이라이프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주요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KT가 수시로 국민기업임을 강조해왔던 만큼 "KT의 '자발적 매각 추진'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5G 론칭을 선언하면서 황창규 KT회장은 "우리 모두 하나가 돼 국민기업 KT, 1등 기업 KT로서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고, 지난해 4·27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오성목 KT 사장은 "국민기업으로서 KT는 5G 등 앞선 통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남과 북이 신뢰관계를 강화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차선책으로 스카이라이프의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와 2010년까지 운영되다 2011년 3월 KT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폐지된 '사장추천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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