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올림픽보다 주목도가 덜할 수 있겠지만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입니다. 이전 올림픽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던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얻으면서 다음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아예 아시안게임을 통해 종합 국제 대회 경험을 처음 갖는 선수들은 새로운 목표 의식을 갖고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을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코스를 밟아 세계 최고가 된 선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많은 신예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총 1,013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는 2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떠오른 스타들 뿐 아니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도 대거 출전해 국제적인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해보고 가능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누구며, 또 어떤 선수들이 그 종목에서 새로운 희망을 안기며 스타급으로 떠오를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리듬체조 손연재

▲ 손연재 선수 ⓒ연합뉴스
손연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신예 리듬체조 선수입니다. 16살로 이제 막 고등학교 1학년생인 손연재는 고등부는 이미 평정했고, 성인 무대에서도 신수지를 제치고 당당히 1위로 오르며 '차세대 리듬체조를 이끌 에이스'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입니다. 기술이나 표현력 모두 동시에 좋은 실력을 갖춰 큰 대회에서 크게 긴장만 하지 않고 제 실력만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입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통해 성인 세계무대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는 손연재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진정한 스타급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체조 양학선

'리듬체조에 손연재가 있다면 기계체조에는 양학선이 있다' 지난 달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 도마 부문 결선에서 4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준 양학선은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체조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입니다. 160cm도 안 되는 작은 체구지만 어린 나이에 탄탄한 기량과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며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했는데요. 출전하는 대회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양학선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 번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크게 주목받는 체조 스타로 떠오를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축구 구자철-윤빛가람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홍명보호 21세 이하 축구대표팀. 그야말로 거의 모든 선수들을 주목해야 하겠지만 그 가운데서 중원을 책임지는 구자철, 윤빛가람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풀이의 주인공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미드필더로서 제몫을 다해내려 할 것입니다. 기성용의 소속팀 차출 거부로 윤빛가람이 부랴부랴 대체되는 진통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중원 자원으로서 상당한 가치를 가진 선수들인 구자철, 윤빛가람이 지능적인 플레이와 자신들의 장점을 앞세워 한국 축구의 희망을 밝힐지 주목됩니다. 이들의 활약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운명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새로운 중원 조합 구자철-윤빛가람 듀오의 활약을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양궁 기보배-김우진

'신궁 계보' 한국 양궁을 논할 때 항상 나오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2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는 이 '신궁 계보'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 이후 6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 양궁에서 결국 중국에 금메달을 내주는 아픔을 맛본 것입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중국 응원단의 '비매너 응원'이 한 몫 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경기에서 진 것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 아픔이 있는 중국에서 2년 만에 설욕전을 다짐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여자 신예 기보배가 나설 전망입니다. 기보배는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번 아시안게임에 발탁된 뒤 월드컵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기대가 커 과연 '신궁 계보'를 새롭게 잇는 선수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남자부에서는 고교생 궁사 김우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우진 역시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 경력을 갖는 등 안정적인 기량으로 남자 양궁의 강세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워낙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새롭게 도입된 세트제 변수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김우진도 임동현, 이창환 등 선배들을 뚫고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탁구 정영식-양하은

▲ 정영식 선수 ⓒ연합뉴스
그야말로 적지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국 탁구는 세대 교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정영식과 양하은이 있습니다. 먼저 남자팀의 정영식은 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우승을 차지하며 탁구계를 상당히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주니어 시절부터 기량을 다져와 마침내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한 실력을 키운 정영식이 차세대 한국 탁구를 이끌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얼굴도 잘 생겨 '훈남' 이야기를 들을 만도 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배드민턴의 이용대 같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합니다.

또 주니어 시절 중국 선수들을 잇달아 격파한 전력을 갖고 있으면서 '제2의 현정화'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양하은도 단체전에 힘을 보태 큰 대회 경험을 쌓고, 선전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약에 한국 탁구의 미래도 걸려 있는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을 역시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태권도 이대훈

'당연하게 금메달을 따는 종목'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란, 대만, 중국 등의 강세로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태권도에서도 고교생 신예가 '화려한 발차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국내 주니어 무대부터 자신의 체급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다 마침내 아시안게임 대표에 이름을 올린 남자 -63kg 이대훈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대훈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발전 과정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쟁쟁한 선배들과 치른 6경기 동안 평균 13점이 넘는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하며 유독 돋보이는 결과를 냈습니다. 앞서 3월 마산에서 열린 국내 대회에서는 7경기 모두 RSC승을 거두기도 했는데요. 곱상한 외모와 다르게 코트에 서면 엄청난 발차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이대훈이 좋은 성적을 내서 또 한명의 스타 탄생을 예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사이클 이혜진

지난 8월, 사이클계에서 가히 혁명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금메달을 2개나 따낸 여자 선수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이제 막 스물에 접어들려 하고 있는 이혜진이었습니다. 그녀는 세계주니어대회에서 500m 독주, 스프린트 부문에서 그것도 주니어, 성인 통틀어 한국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해 대회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사이클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사이클연맹의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를 얻은 이혜진은 그렇게 한국 사이클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주목받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좋아지고 있는 이혜진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한국 사이클의 숙원과도 같은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중요한 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체계적인 훈련 속에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어린 선수가 과연 아시안게임을 통해 또 하나의 희망을 얻는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인라인 롤러 안이슬

▲ 안이슬, 롤러세계선수권대회 3관왕 ⓒ연합뉴스
'비올림픽 종목'이지만 국제 대회에서 연달아 좋은 성적을 냈던 인라인 롤러에서도 주목할 만 신예가 있습니다. 역시 고교생인 스케이터 안이슬을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이미 주니어는 물론 시니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아시안게임에서의 맹활약을 예고했는데요. 지난해 중국 하이닝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주니어부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4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 7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시니어부에서 역시 4관왕에 올라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인라인 롤러의 간판 우효숙과 투톱으로 이번 대회에서 많은 금메달을 따내기를 꿈꾸고 있는데요. '비올림픽 종목'이라는 이유로 크게 관심 받지 못했던 설움을 털고 금빛 질주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그밖에...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신예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U-20 여자월드컵 3위, U-17 여자월드컵 우승에 이어 또 하나의 쾌거를 준비하는 여자 축구대표팀에서는 U-20 대회 3위 주역인 지소연과 김나래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육상 100m에서 31년 만에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기대주' 김국영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트랙 육상의 명예를 걸고 폭풍 질주를 꿈꾸고 있으며, 수영에서는 전국체전 배영 2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여고1학년생 함찬미를 주목할 만합니다. 또 지난 달 세계기계체조선수권 여자 도마 결선에 사상 처음으로 진출해 6위를 차지한 조현주의 활약도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되며, 지난 대회 '노메달 수모', 최근 세계연맹에서 제명됐다가 겨우 복권되는 등의 시련을 겪었던 복싱에서도 방황을 딛고 복싱으로 새 삶을 살며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차지한 신종훈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고교생 골퍼인 김민휘는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골프의 자존심을 지켜내려 하고 있고, 중국, 동남아시아의 집중 견제 및 텃세를 넘어야 하는 배드민턴에서는 여자 단식의 기대주 배연주, 성지현, 그리고 남자 복식의 떠오르는 기대주 고성현-유연성 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또 다른 기적'을 보여주며 '내일은 스타'를 꿈꾸는 신예 선수들. 이들 외에도 각 종목에 걸쳐 새롭게 도전을 펼치는 선수들은 많이 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히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계기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의미 있는 첫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 하는 신예들의 활약을 주목합시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