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적으로 당구를 해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대학교 1-2학년 때 친구와 포켓볼을 한 번 치려했다가 '엉성한 폼'에 더 이상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뒤에는 당구 또는 포켓볼과 별다른 인연을 맺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당구 경기가 TV로 중계될 때도 국가대항전 경기할 때만 몇 번 눈여겨보고, 규칙 정도만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물론 주변에서 포켓볼, 당구 치러 간다고 했을 때는 많이 소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당구 경기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얼짱 당구 스타'로 떠오른 선수 차유람입니다. 차유람은 2006년 '트릭샷 매직 챌린지'라는 대회에서 당대 최고 당구 스타였던 자넷리와 접전을 벌인 뒤 실력과 외모를 동시에 겸비한 선수로 주목받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는 "얼굴만 예쁜 선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련을 딛고 차유람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4년이 지난 2010년, 더욱 업그레이드된 실력으로 당당하게 국가대표 지위를 유지하며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에서 아쉽게 쓴맛을 봤던 차유람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 아시안 게임 앞두고 훈련중인 차유람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차유람은 포켓볼 여자 8볼, 9볼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컨디션은 꽤 좋아 보입니다.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 9볼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3월에는 대만에서 열린 세계9볼오픈에서 역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실력이 점점 일취월장해서 이제는 4년 전의 아픔은 사라진 듯 보일 정도입니다. 4년 전 차유람은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에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노메달로 아시안게임을 마친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독종' 소리를 들을 만큼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훈련을 거듭하며 실력을 쌓아온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차유람이 참 대단한 것은 '얼짱'으로 주목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하는 종목에서 최고 실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 한다는 점입니다. 대개 얼짱이나 몸매 등 외형적인 부분으로 주목받는 사람이라면 그로 인해 받는 스포트라이트에 매몰돼 오히려 자신이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차유람은 여태껏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진정한 1위가 될 수 있다"라는 신념 아래 담배 연기가 흩날리는 사설 당구장에서도 하루에 상당한 연습량과 훈련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하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그 덕에 차유람은 매년마다 급성장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고, 세계 정상을 노려볼 만한 실력을 갖춘 특급 선수로 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차유람 덕분에 당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대중이 차유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얼굴보다는 운동선수로서 매력을 발산해내는 그런 면모 때문에 오히려 더 주목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 국내에서 당구는 여가 시간에 가볍게 칠 수 있는 '레저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제 대회에 나가는 프로 선수에 대한 관심은 여타 '비인기 종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을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차유람은 이런 현실을 오히려 정면 돌파하면서 나이답지 않은 모험심과 도전 정신으로 많은 노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 번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세계 최고의 당구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하며, 당당한 도전 정신으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고 싶어 하는 당찬 선수, 강한 의지와 신앙심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당구 스타' 차유람을 우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꼭 주목하고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부담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실력을 모두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비로소 환하게 웃는 차유람의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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