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특히 SBS는 연일 손혜원 의원 의혹으로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목포가 이토록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목포 시민들로서는 웃픈 현실이다. 그러나 진짜 슬픈 일은 따로 있다. 손혜원 의원에 대한 의혹과는 별도로, 언론은 정작 목포 문화재거리로 지정되어 도시재생사업을 준비 중인 목포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손 의원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목포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목포 도시재생사업은 총 세 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1897 개항문화의 거리,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서산온금 보리마당 등이다. 문화재거리와 손혜원이라는 이름만 익숙했지 아마도 모두에게 낯선 지명들일 것이다. 목포 MBC 보도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몰랐을 내용이다.

'손혜원 타운','손혜원 랜드' 말이 되나? [목포MBC 뉴스데스크 보도영상 갈무리]

21일 자유한국당이 해당 거리를 ‘손혜원 랜드’라 명명하는 것에 대한 목포 시민의 불쾌감을 담은 보도는 특히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진작에 ‘김혜교’라는 워딩을 내세웠던 자유한국당은 김정숙 여사를 끌어들인 무리수가 통하지 않자 ‘손혜원 타운’ ‘손혜원 랜드’라는 말을 또 만들어냈다. 이에 언론들은 무비판적으로 자유한국당의 워딩을 받아쓰고 있다. 언론은 늘 하던 대로 하는 행태지만 목포 MBC는 그래도 좋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목포 MBC는 작은 목소리지만 반론을 꾸준히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손혜원 랜드’ 등의 명칭에 대한 지적은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할 내용이었다. 드센 논란의 파고 속에 파묻혀 버린 목포가 오래 보존해온 근대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도 함께 함몰돼버린 것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이유다.

21일 목포 MBC가 소개한 대표적인 목포 근대문화유산에는 옛 목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과 일본에도 드물다는 1930년대 일본사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옛 목포 동본원사가 그렇다. 해당 건물들은 과거 1996년과 2007년 철거위기를 맞았다. 각각 이유는 달랐지만 이들 문화유산들은 철거 위기를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절실한 노력으로 지역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될 수 있었다.

시민들이 지킨 '근대건축자산'..왜곡 말라 [목포MBC 뉴스데스크 보도영상 갈무리]

손혜원 의원이 목포 근대문화재 거리에 끼친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문화유산을 지켜온 목포시민들의 오랜 노력들을 뒤로 하고 감히 한 개인의 이름을 따 명명할 수 없다는 것에는 따로 설득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적어도 목포 문화재거리를 ‘손혜원 랜드’ 등으로 부르는 것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손혜원 의원 관련 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정작 목포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 역시 한때 회자되었던 ‘노룩취재’의 보도습성이 떠오르게 한다. 물론 목포시민들의 목소리가 본질을 투명하게 대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아예 외면하는 것은 왜곡될 위험이 더 크다.

그런 가운데 22일 자유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목포를 찾았다. 이를 통해 겨우 목포시민들의 육성이 일부나마 전해지게 된 아이러니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손혜원 의원 의혹과 무관하게 혹은 그 의혹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목포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언론이 총력을 쏟고 있는 관련보도에 어쩌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목포 문화근대유산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가선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비록 작은 목소리지만 목포 MBC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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