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과 한국 축구의 인연은 '아시안컵 반세기 한(恨)'만큼이나 유독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금메달을 따낸 것은 지금부터 무려 24년 전인 1986년이었고,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중동팀에 밀려 4위에 머무르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1994년 이후 메달권에 진입했던 것이 2002년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 대회가 유일했을 만큼 이상하게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는 크게 맥을 못 추었습니다.

그 아쉬웠던 24년의 한을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홍명보호가 풀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해 U-20(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19년 만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홍명보호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전력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오직 금메달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홍명보호 18명의 전사들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담금질을 하며 24년 만의 금메달을 향한 전력 다지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홍명보호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이 순간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뛰어야 할 선수가 중간에 교체되는가 하면 선수 소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초미니 팀'을 꾸려 훈련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들이 금메달을 위한 '액땜'이라 생각하고 더욱 다부진 각오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 홍명보호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홍명보호의 첫 번째 악재는 바로 선수 소집 문제였습니다. 당초 K-리그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 지난 18일 첫 소집이 이뤄졌지만 선수들의 소속팀 경기가 열릴 때는 다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서 마냥 붙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체 18명 선수 가운데 5명만 훈련에 참가하는 '초미니 대표팀'이 꾸려져 훈련을 갖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조기 소집에 응해준 프로 구단에 대해 예를 갖춘 것이라고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전력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연달은 선수 복귀가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나마 28일에 소집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주축 멤버로 활약이 기대됐던 기성용이 문제였습니다.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결국 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기성용을 축으로 한 전략을 구상했던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엄청난 악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윤빛가람으로 대체하기는 했지만 언제 또 어떤 선수들이 부상이나 다른 외적인 요인으로 나서지 못할까 노심초사 하면서 준비하는 신세에 놓였습니다. 이미 중앙 수비 핵 홍정호가 지난 달 12일 한일전에서 다친 종아리가 아직 낫지 않아 3주째 고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악재들 속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꿋꿋하고 의연한 자세로 아시안게임에 대한 당찬 각오를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자세로 대회에 임하겠다고 말해 이전 감독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았다. 그 부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과정을 중요시하려 한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점진적인 경기력 향상을 통해 세밀하게 만들어 나가는 축구, 그래서 결과만큼이나 전체적으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미 일본 오키나와에서부터 점진적인 단계를 밟아나가는 일종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지친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중국 광저우로 들어가서 경기력, 조직력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그래서 16강, 8강 정도에 갔을 때는 최상의 수준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얘기인데요. 그야말로 결과만 좋은 것보다는 완벽한 팀을 만들어나가 내용에서도 유익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악재가 있어도 목표 달성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선수 대부분이 지난해 U-20 월드컵 멤버로 활약했고,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박주영, 김정우는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정신적인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토너먼트에서 중동팀들의 심한 견제 그리고 결과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프로 경력이 제법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단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비록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은 적어도 차분하게 준비해서 때를 기다리고 뭔가를 해내려는 의지만큼은 홍명보호의 아시안게임 한풀이를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을 만합니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기대한 바가 있지만 결과는 이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당당한 개선을 꿈꾸겠지만 의외의 결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수도 있고, 홍명보 감독 역시 감독으로서 첫 좌절을 맛보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서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쾌거를 일궈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입니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이 선수들이 비상할 수 있는 계기를 삼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은 성과로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홍 감독의 바람처럼 과정에서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우승'이라는 거대한 열매일 것입니다. 그것을 홍 감독은 노리고 있을 것이고, 이번 대회에서 단순한 우승이 아닌 의미 있는 우승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가 어떻게 보면 참 듬직해 보이기만 하고, 또 기대를 갖게 만듭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회는 얼마 남지 않았고, 목표는 우승입니다. 지난 해 보여줬던 기적 같은 8강만큼이나 악재 속에서도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로 아시아 최강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뤄내고, 그로 인해 밝은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홍명보호의 아시안게임, 광저우에서 빛나는 태극 전사들이 될 수 있을지 정말 관심있 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첫 경기는 바로 1주일 뒤, 북한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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