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김수근 위인 맞이 환영단 단장 인터뷰를 내보낸 KBS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오늘밤 김제동’이 국가보안법과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추천위원인 전광삼 상임위원·이상로 위원은 회의 중 돌연 퇴장했다.

지난해 12월 KBS ‘오늘밤 김제동’은 김정은 위인맞이환영단을 소개하는 방송을 했다. KBS는 김수근 김정은 위인맞이환영단 단장과의 인터뷰를 2분 정도 내보냈으며, 패널로 출연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김수근 씨에 대해 비판적 분석을 내놨다.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 화면 (사진=KBS 방송화면 캡쳐)

방송이 나간 후 일부 보수단체는 KBS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양승동 사장과 제작진을 고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위원장을 일방적으로 찬양했다”면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밤 김제동’ 출연금지령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0일 해당 방송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당초 허미숙 소위원장, 심영섭·윤정주 위원은 ‘국가보안법과 해당 방송은 상관이 없다’면서 문제없음 결정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전광삼 상임위원이 회의 도중 “표결이 적절하지 않다”며 돌연 퇴장해 허미숙 소위원장의 중재에 따라 해당 안건을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방통심의위는 2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해당 방송에 대해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강상현 위원장, 허미숙 부위원장, 김재영·심영섭·윤정주·이소영 위원은 "해당 방송은 국가보안법 및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또 “양승동 사장 및 제작진이 고발된 것과 해당 방송에 대한 심의는 상관이 없다”면서 의결보류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박상수 위원은 “국가보안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며 의결보류 의견을 냈고, 전광삼 상임위원과 이상로 위원은 회의 도중 퇴장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해당 방송에 대한 논란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서 손가락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의 본질을 벗어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상현 위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언론이 인터뷰할 땐 범죄자도 인터뷰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방송사 마이크는 국민과 시청자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선 어디든 간다”고 말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공산당이 좋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고 문제로 삼는 것은 ‘긴급조치 9호’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오늘밤 김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칠 정도였냐. 진행자와 출연자가 위법 행위를 조장한 것인가”라면서 “오늘밤 김제동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의결은 언론의 자유와 제작의 자유, 알 권리를 누리는 시청자의 자유가 어디쯤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은 “중요한 건 프로그램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라면서 “KBS 제작진은 제작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방송은 그에 따른 판단이고, 판단이 잘못됐다면 시청자의 비난을 받을 일이지 방송심의를 가지고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정주 위원은 “김수근 단장을 출연시킨 것은 문제가 안 된다. 패널과 제작진이 김수근 단장의 의견을 동조하거나 찬양해 확대 재생산한 것도 없다”고 했다. 김재영 위원은 “(오늘밤 김제동을 시청하고)허탈했다. 이게 왜 문제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언론자유의 출발점은 언론사가 뭘 다루냐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의미가 없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왜 그 사안을 다루냐’고 물을 순 없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은 “(오늘밤 김제동은) 김수근 단장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고, 패널은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다”면서 “(김수근 단장 같은)존재와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영 위원은 “심의에 대해 정치적 압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방송이 논란인 것이 아니라, 논란으로 만들어서 논란이 된 것”이라면서 “이 자리에 계신 분(방통심의위 위원)들은 언론계에 직간접적으로 몸을 담았다. 우리가 정치적 선동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광삼 상임위원과 박상수 위원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의결보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로 위원은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건의했다. 박상수 위원은 “체제를 부정하고 위협하는 주장을 방송에서 토론 주제로 삼는다면 국민 대다수가 KBS를 외면할 것”이라면서 의결보류 의견을 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심의를) 서두를 이유가 없고, 재판 결과 나오면 심의하면 된다. 왜 지금 ‘문제없음’ 결정을 내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오늘 의결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면서 회의장을 나갔다.

이상로 위원은 “김수근 단장의 인터뷰 내용 중 ‘정상적 나라에서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칠 수 없나 확인하고 싶었다’는 대목에서 (김 단장이) 국가보안법을 없애려 한다는 확신범임을 느꼈다”면서 “KBS는 수신료를 받아 국민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상로 위원은 “(북한이) 남한 후방 공격 수단으로 KBS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이 방에 있는 사람들(방통심의위 위원들)이 애국적으로 견지해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애국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로 위원은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건의했고, '문제없음' 의결이 나오기 전 퇴장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근거 없이 서울 중랑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발언을 방송에 내보내고 투기를 조장한 R토마토에 과징금 1천만 원을 결정했다. 4기 방통심의위가 시사·토론·보도 프로그램에 과징금 결정을 내린 것은 특정 건설사 아파트를 홍보한 머니투데이방송(MTN) 이후 두 번째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고 ‘반편이’라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대해선 법정제재 주의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 TV조선이 ‘다른 방송도 문제가 많다’면서 물귀신 작전을 쓴 MBC 실화탐사대에는 행정지도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MBC 실화탐사대에 2차 가해성 삽화와 표현이 상당수 있었지만,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려 했다는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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