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경기를 보면서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18살 고등학생 선수가 최고 수준의 경기력 그리고 열기를 자랑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렇게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개인적으로는 리그 데뷔전이었는데 말입니다. 프로를 거쳐 들어간 것도 아니고, 곧바로 독일에 진출해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정말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경험한 큰 경기에서 참 잘 뛰고, 잘 싸웠습니다.

'한국 축구의 제대로 된 신성(新星)'이 나타났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30일 밤(한국시각), 독일 쾰른 라인 에네르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 분데스리가 10라운드 FC쾰른과의 원정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리그 데뷔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손흥민은 1-1로 맞선 전반 24분, 오른쪽 측면에서 고이코 카가르가 길게 패스한 볼을 받아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단독 찬스를 만들었고,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는 머리 위로 띄워 제친 뒤 가볍게 왼발로 골망을 흔들어 분데스리가 첫 골을 신고했습니다. 팀은 아쉽게 2-3으로 패했지만 손흥민은 리그 첫 출전 경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기량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였습니다.

사실 손흥민이 이렇게 빨리 데뷔골을 터트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프리 시즌 친선 경기에서 9경기 9골을 뽑아 넣으며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했지만 발가락 부상으로 8주라는 공백 기간이 만만치 않았고, 프로 경험도 없었던 만큼 과연 제대로 된 기량을 보여줄까 하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기존 선수들조차도 2달 넘는 기간 동안 부상을 당했으면 정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어린 선수가 감당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 지난 8월 첼시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82분경 교체 투입되어 87분경 히카르두 카르발류를 제치고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던 손흥민이 4분뒤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달랐습니다. 손흥민은 지난 27일 DFB 포칼 프랑크푸르트전을 통해 정식 데뷔전을 치른 뒤 단 2경기 만에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선보였고, 리그 데뷔 단 24분 만에 탄탄한 기량을 앞세운 인상적인 골로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어떻게든 넣겠다는 생각만 하다 볼을 위로 띄우거나 문전 처리 미숙으로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나 손흥민은 정말 침착하고 지능적으로 골키퍼 머리 위로 키를 넘긴 뒤 침착하게 왼발로 '톡 밀어넣듯이' 골을 집어넣으며 마치 20대 후반에 기량이 물오른 선수 같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전체적인 경기력에서도 손흥민은 돋보였습니다. 자신의 주포지션인 오른쪽 뿐 아니라 왼쪽에도 스위칭해 플레이를 펼치는 등 폭넓은 움직임이 좋았고, 침투플레이나 위치 선정, 동료와의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도 눈에 띄는 면이 많았습니다. 탄탄한 개인 기량을 앞세운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고, 고등학생 분데스리거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여유 있게 즐기는 플레이를 펼쳐 함부르크의 공격을 이끄는 듯한 모습을 연달아 보여줬습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도전적인 플레이와 대담함이 빛나 보일 정도였습니다. 팀이 패하기는 해도 그렇게 손흥민은 가능성 있는 모습을 경기 내내 보여주며 성공적인 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손흥민이 이렇게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기본기가 큰 밑바탕이 됐습니다. 프로, 국가대표 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 씨로부터 15살까지 혹독하게 기본기, 개인기만 파고 들어 배우고 익혀온 손흥민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제도권 축구를 경험하고는 단 2년 만에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로 선발돼 독일에 진출,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손흥민은 결코 우쭐하거나 자만하지 않았고 더 배우겠다는 자세로 기량 연마에 소홀함이 없는 생활을 이어가면서 꾸준하게 진화하는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탄탄하게 다져진 기량 덕에 손흥민은 빠른 시기에 자리를 잡고 성인팀까지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훗날 제대로 자리 잡아서 팀의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수준까지 오른다면 이는 한국 축구사(史)에도 남을 엄청난 스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만큼 손흥민이 걸어온 길이 참 독특했지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쨌든 손흥민의 데뷔골은 참 강렬하고 대단했습니다.

물론 아직 주전을 꿰차기에는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 이 한 경기에 너무 크게 연연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 한 경기를 통해 많은 가능성과 밝은 미래를 제시해준 것 만큼은 앞으로 '새로운 별' 손흥민을 꾸준하게 주목하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로 꼽을 만합니다. 데뷔전에서 자신의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손흥민의 선전에 큰 박수를 보내고, 앞으로 그가 써나갈 분데스리가 도전기도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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