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열린 '국회 한·미 동맹 사절단' 간담회에서 미국 하원 엘리엇 엥겔(민주당) 외교위원장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고 한 언론보도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채널A는 14일 <[단독]美 하원 외교위원장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아야">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이 미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났다"며 "'개성공단 제재를 푸는 데 미 하원이 지지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외교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15일 <美하원 외교위원장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매우 회의적"… 박영선 "北이 어리광 부리는 것… 美가 당근 줄때 됐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같은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다.

채널A뉴스 <[단독]美 하원 외교위원장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아야> 1월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미 하원 외교위원장인 엘리엇 엥겔 민주당 의원은 1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국회 한·미 동맹 사절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사절단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미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에게 대북 제재 완화 지지를 요청했지만 엥겔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회의적", "북한 비핵화를 확신하기 전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이들 보도의 내용이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박영선 의원은 엥겔 위원장의 태도가 간담회를 마칠 때 쯤에는 상당부분 변화했다며 일부 언론이 당시 분위기를 보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일부 보수언론 보도에 대해 "엥겔 위원장이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떠날 때 쯤에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사절단 간담회는 약 4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중 언론에 공개된 간담회는 전반부 1시간이다. 박 의원은 이어진 간담회에서 엥겔 위원장이 한국 정부가 알고 있는 북한 관련 정보에 대한 얘기를 매우 듣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엥겔 위원장이 집권 여당 소속이 아닌 만큼 미국과 북한 사이에 오가는 최신 정보에 대해 상당히 궁금해 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美하원 외교위원장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매우 회의적"… 박영선 "北이 어리광 부리는 것… 美가 당근 줄때 됐다"> 조선일보 1월 15일.국방/외교 05면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엥겔 위원장 외에도 5명의 미 하원 의원들이 함께 참석했다. 그 중 캐롤린 멀로니 의원의 경우 '2017년도에 자신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전쟁이냐 아니냐의 상황이었는데, 지금 이 정도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논할 정도의 엄청난 변화에 대해서 인정할 건 인정해야 된다'라는 말을 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또한 박 의원은 엥겔 위원장과 함께 외교위에 소속되어 있는 토마스 수오지 하원 의원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우리가 좋은 아이디어로 접근할 수 있는지 계속 얘기해 보자'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미 하원 민주당 외교위가 사절단의 제재 완화 요청을 완강히 거부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와는 다른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한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17일(현지시각)2차 북미정상회담 최종조율을 위해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미 언론 등에 따르면 2차북미정상회담 장소는 베트남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베트남 정부가 다음 달 8일 이후로 김정은 위원장의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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