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예능의 선두주자 청춘불패가 1주년을 맞았다. 중간에 한번쯤 결방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51회쯤이 1주년이 맞을 것이다. 모두가 실패를 장담은 물론 마치 망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싶었던 청춘불패는 무사히(?) 1주년을 맞았다. 대부분 냉소하던 걸그룹만의 예능이 나름 성공하는데 힘입어 영웅호걸, 꽃다발 등의 아류작을 낳기도 했으니 청춘불패의 첫 생일은 충분히 축하해줄 만한 일이 분명하다.
청춘불패는 그러나 소녀시대 일본 활동으로 인해 써니와 유리가 자진하차하고, 현아까지 빠지면서 자리 잡을 만한 때에 위기를 맞았다. 물론 청춘불패는 써니와 유리 말고도 구하라, 나르샤 등 예능 선수감을 발휘해온 멤버들이 있지만 갑작스런 세 멤버의 교체는 고정 시청자에게 불만스러운 것인데, 그나마 교체된 멤버들이 빈자리를 잘 채워줬다고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청춘불패는 어려운 시기를 거쳐 왔다.
때문에 청춘불패가 1주년이라고 흥청망청한 모습 대신에 중도 하차한 멤버들을 다시 초대하고, 체험단 일부도 참가시켜 잔치가 아닌 추수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정말 흐뭇한 일이었다. 걸그룹 팬이라도 청춘불패를 꼭 보는 이유는 반드시 팬심만은 아닐 것이다. 청춘불패가 가지고 있는 농촌생활에서 보는 순수한 즐거움이 배경에 깔려 있다. 더 이상 걸그룹들에게 요정이란 말은 쓰지 않는 시대지만 적어도 걸 그룹들의 예능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착한 방송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탓이다.
이런저런 의미를 담고 있는 생일에 다시 유치리를 찾은 김태우, 현아 모두 반가운 얼굴이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으면서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천역덕스럽게 프로그램 전반을 장악해버린 써니의 놀라운 활약은 눈부셨다. 요즘 시쳇말로 미친 존재감에 하나 더해서 미친 예능감까지 갖춘 써니는 역시 유치리에서 특별히 빛나는 존재가 틀림없다. 그런 써니를 기다렸던 것은 비단 팬만은 아니었다.
정확한 자기 타이밍에 똑부러지게 말할 줄 아는 것이 예능 전쟁터에서 누구든 승자가 될 수 있는데, 써니는 그런 타이밍과 유효적절한 말재간을 보인다는 점에서 걸그룹 중에서 단연 예능감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유치리에 온 소감을 물어볼 때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의 대사를 응용한 수준 높은 애드리브까지 칭찬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런가 하면 써니를 알아보는 참 신기한 짐승 푸름이와의 잠깐 다큐까지 도대체 써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청춘불패에 최적합화된 존재가 분명하다.
써니는 아니 청춘불패에서만은 순규는 자신만 사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김신영은 물론 효민과 (짐)주연까지 두루두루 한마디 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비록 MC는 송은이와 김신영이지만 써니 같은 멤버가 존재해야 두 MC의 진행을 받아줄 수 있다. 물론 나르샤, 구하라가 잘하고 있지만 없었다면 몰라도 원래 써니가 워낙 잘해왔던 터라 이렇게 일주년이라고 모습을 드러내고 보니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써니야, 일본도 좋지만 다시 오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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