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를 이용해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의 건물을 사들여 개발 이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화재 거리가 등록문화재가 되기 1년 5개월 전부터 일대 건물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15일 SBS는 손혜원 의원의 조카 2명, 보좌관 딸과 배우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이 목포 문화재 거리의 건물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소유한 건물 9채 중 8채는 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 이전에 매입됐다고 한다.

▲손혜원 의원 (사진=연합뉴스)

손혜원 의원은 2016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이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을 했다. 이후 지난해 7월 1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 중이다. 교문위와 문체위는 문화재청을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다.

이에 대해 손혜원 의원은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산 건물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손혜원 의원은 1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목포에 있는 적산 가옥이 너무 신기했다”면서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고모(손 의원)가 증여해서 집을 사주든지 해서 내려올래(라고 했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조카 2명에게 1억 원씩 증여를 했다”면서 “난 주변에 공부를 시킨 사람도 있고 결혼시킨 사람도 있고 가게를 내준 조카들도 있고 많은 사람을 도왔다”고 해명했다.

손 의원은 “나중에 그 동네 전체를 문화재 지정을 했다고 해서 참으로 의아했다”면서 “(주변 사람에게 목포 부동산을) 사라고 한 것은 목조 주택을 리모델링 하면 문화적 가치가 있는 갤러리나 카페, 음식점이 있겠다고 해서 권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내 재산이 더는 증식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서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문화 재단에 돈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다시는 거둘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 재단 명의로 건물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산 가옥이 신기해 조카에게 건물 매입 비용을 증여했다는 손 의원의 해명만으로 의혹을 해소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손 의원의 측근이 목포의 건물을 매입할 당시인 2017년은 목포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목포시는 근대 건축물에 관한 일제 조사를 하고 역사적 보존가치와 관광 상품성이 좋은 근대문화유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목포시는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자산들에 대해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목포시는 같은 해 6월 원도심에 산재한 적산 가옥을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목포의 부동산을 매입하자 지역사회에선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목포시민신문은 2017년 7월 28일 <목포시에 손혜원 의원 조카 건물 구입 왜> 보도에서 “손 의원의 조카인 손 모 씨가 도심 재생 유력후보 지역인 목포시 유달동 일원에 일본식 건물 3채를 구입해 지역사회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포시민신문은 “지역주민들은 손 의원의 조카가 주택을 구입한 것에 대해 도심 재생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손혜원 의원은 2017년 6월 29일 열린 ‘목포 근대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방안에 관한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목포 근대문화유산을 방문한 국회 문체위 (사진=연합뉴스)

손혜원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목포 근대건축물을 홍보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는 역세권에 성처럼 생긴 번쩍거리는 모텔만 있다. 이런 데서 누가 자나"라면서 "내가 아는 사람을 설득해서 목포에 있는 형편없는 여관을 새롭게 숙소로 단장했는데, 외국인들에게 열광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이 소개한 여관은 ‘창성장’으로, 손 의원의 조카가 손 의원이 증여한 돈으로 매입한 여관이다.

또 국회 문체위는 국정감사 기간 중 목포 근대문화유산 찾았다. 이 자리에서 손혜원 의원은 “아름답고 소중한 근대유산이 관광객과 인구를 늘리고 청년이 돌아오게 하는 미래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주민들에게는 “사업이 잘되면 목포가 우리나라의 산토리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확대간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사무처에 상황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재판청탁 의혹을 받는)서영교 의원과 손혜원 의원에 대해 당 사무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를 시작하겠다”면서 “본인들의 소명을 듣고 지도부와 논의해서 (거취를)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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