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을 보면 일단 좀 위태롭다. 황신혜의 헐벗은 모습에 눈이 번쩍 떠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지나친 의욕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카리스마 톱을 달리는 김혜수의 은근한 백치미에 남모를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배역 자체가 정신과 의사면서도 새로운 인물 이상윤의 등장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열혈형사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험처리 해주면 되잖아요”하며 순진한 아줌마 모습 그대로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그건 그렇고 대관절 명성대학 이사장은 누가 죽였을까? 아무도 보지 못한 제3의 인물이 등장했다. 아니 등장은 아직 아니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나왔다. 그렇다면 그 제 3의 인물은 범인인가 아니면 목격자인가 또 역시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 제 3의 인물을 궁금해 하는 모윤희에게도, 이사장의 누나에게도 그리고 모두에게도 그 인물은 아직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어쩌면 이사장의 별장에 사정이 생겨 못 온 것일 수도 있다.

부부싸움 끝에 모윤희의 목을 조르다 샴페인 병에 맞고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사장이 서울과 반대방향 길에서 추락사를 했다. 그런데 이사장은 12년 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다. 그 이전에 이사장이 쓰러지자 두려움에 차를 몰고 가다가 모윤희는 다시 핸들을 돌려 별장에 왔을 때, 난장판이었던 현장은 누군가에 의해서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물론 쓰러져 있어야 할 이사장도 없다.

그뿐 아니다. 이사장 가족들은 공식적으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전처는 실제로는 살아있다. 버젓이 살아 이사장의 장례식에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미칠 듯이 웃기만 하다가 사람들에게 끌려 나갔다. 김진서와 이사장의 누나 모두 모윤희를 의심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산을 상속받게 된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다. 살인의 최우선 용의자는 피해자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인 탓이다.

그러나 시청자는 극중 인물들이 모르는 현장의 미스테리를 알고 있다. 모윤희가 어떤 정식적 장애로 인해서 자신의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1,2회에 보여진 바로는 모윤희 역시도 직접적인 범인은 아니다. 적어도 교통사고에 관해서 모윤희는 무관한 사람이다. 모든 것이 미스테리이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김혜수, 황신혜, 신성우 이 세 사람의 관계에 얽힌 묘한 애증들뿐이다. 그 애증은 계속 파생되면서 미스테리를 잉태하고 있다.

그 애증으로 인해 두 여자는 의심하고, 질투하고 그리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막장 코드와 유사하지만 즐거운 나의 집은 또 묘하게 불륜은 아슬아슬하게 피해가고 있다. 욕망은 거의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고, 드라마의 시작과 전개가 살인 최소한 누군가의 죽음에 매달려 가고 있다. 이런 미스테리한 상황 속에서 김혜수가 교통사고를 낸 강력계 형사가 이 사건에 개입될 여지를 두고 있다. 아니 거의 분명한 전재가 될 것이다.

한편 시간강사를 벗어버리고 5천만원의 기부금을 통해서 사이버 대학 부교수로 임용되기로 약속받은 이성현은 만취 상태에서 모윤희를 만난다. 이성현에 대한 욕망이 가득한 모윤희는 그를 호텔로 데려간다. 호텔 룸에 막 들어서는 서로 진한 키스도 나누었지만 정작 마지노선은 이성현 스스로가 지켜낸다. 거기서 모윤희는 잠든 이성현의 휴대폰을 꺼내 김진서에게 전화를 건다. 아무렇지도 않게 미술관에서 재워서 보내겠다고 하고 통화를 끝내고, 아침에 이성현에게도 미술관에서 잤다고 하라고 귀띔을 하고 헤어진다.

그런 날의 모든 아내는 공통적인 심정일 것이다. 남편과 모윤희에 대한 흉측한 상상에 집밖으로 뛰쳐나온 김진서는 신발을 다르게 신은 자신을 보며 망연자실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뿐인가 진서는 그 상황에 몰입해서 끓는 주전자에 화상까지 입은 상태다. 교통사고에 화상에 남편의 불륜까지 겹쳐 이런 경우 미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런데 남편 옷에서 호텔 볼펜을 보고 진서는 그 모든 감정이 폭발한다.

아주 고요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저 남편을 잠시 골탕 먹이려는 단순한 의도지만 당하는 장본인에게는 그러지 않을 수 있는 거짓말이었다. 남편 이성현이 후배에게 암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들은 진서는 사실을 숨기고 암이라고, 죽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이 거짓말에는 정말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며칠 후에 아니라고 말할 것이겠지만 분명 위험한 장난임에 틀림없다. 이럴 경우 그 결과를 일파만파 키울 악동 머피가 꼭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 파문은 다음 주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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