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바랐던 것이 어떤 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좌절감, 실망감은 상당합니다. 아마 사람들 누구나 그런 일들을 몇 번씩 겪었을 것입니다. 현재 기성용(셀틱)이 그런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기성용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됐습니다. 홍명보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28일 대표 선수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기성용이 소속팀 차출 거부로 출전이 어려워졌다면서 대체 선수로 경남 FC의 윤빛가람을 지정해 소집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소속팀 주축 선수들의 잇달은 부상으로 기성용의 출전 시간이 상당히 많아진 가운데서 셀틱 구단이 차출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기성용의 꿈은 아쉽게 꺾이고 말았습니다. 아쉬움 탓에 기성용은 자신의 트위터에 "잠이 안 온다" "2010년은 정말 날 힘들게 하는구나"하면서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기성용 선수 ⓒ연합뉴스
예전부터 아시안게임 출전을 입버릇처럼 얘기했다던 기성용 입장에서는 이번 출전 좌절이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고,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과 제대로 된 인연을 맺지 못해 이번 기회에 좋은 성적을 내고 자신의 가치나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기성용의 출전은 동료 선수들에도 적지 않은 기대감을 나타내게 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기성용과 함께 호흡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던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은 '마트 털기 게임'을 언급하면서 기성용이 오면 아마 분명히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무거웠던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성용의 불참으로 대표팀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고, '전력 주축'으로 활용하려 했던 홍명보 감독 역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성용의 이번 불참은 오히려 소속팀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더 얻었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서 기성용이 더 좋은 선수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기성용은 주전 미드필더 스콧 브라운의 부상으로 출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법 많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히 자신의 장기인 공격력뿐 아니라 수비 가담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보다 진화하는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분간 브라운의 출전이 힘든 가운데서 기성용이 꾸준한 출장으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닐 레넌 셀틱 감독에서 더욱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면 오히려 기성용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장기적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메달권 진입이 목표인 홍명보호에도 이번 기성용 불참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테크닉이 좋고 경험 많은 기성용이 팀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기성용의 의존도를 줄인 다양한 형태의 경기를 통해 더 새로운 경험을 쌓고 좋은 성적도 낸다면 장기적인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놓고 보면 그리 아쉽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구자철, 윤빛가람이라는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성인대표팀에도 영향을 미쳐 중앙 미드필더에서 '건강한 경쟁'이 벌어져 더욱 경쟁력 있는 선수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점도 그렇습니다.

기성용의 상황은 분명히 딱하고 안타까운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성용은 아직 젊고, 정말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하는 선수입니다. 이번 차출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거나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마 기성용에게 실망하는 시선은 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훌훌 털고 다시 축구화 끈을 고쳐 메고, 더욱 활기찬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더 성장하는 기성용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기성용 문제를 비롯해 소속팀들의 잇달은 차출 문제 등으로 제대로 된 훈련 없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는 홍명보호 역시 이를 전화위복 삼아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아시안게임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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