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과거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두 전직 대통령이 현재 교도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권력이 핵심이었던 전직 대통령들의 부패가 권력 주변의 부패와 부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이 부패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이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외면 속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상식을 배반하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반부패라는 상식을 세웠다. 더 이상 부패방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이자 비정상이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는 하자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구권력층은 이를 반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식을 배반하기는 언론도 마찬가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문제를 다루는 노력 백분의 일만이라도 언론이 공수처의 당위를 보도했다면 국회가 지금처럼 느긋하게 반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그러나 2년이 다 되도록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데도 조용한 것은 한국 언론과 무척 어울리지 않는 현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도 공수처 설치를 국회에 요청했다. 그에 앞서 사법개혁의 중책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이 먼저 국민들을 향해 공수처 설치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그로 인해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일주일 만에 17만 명을 넘어섰다. 트위터에서는 소수의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지방체장들이 공수처 설치 찬성 인증샷을 올리는 릴레이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도 언론과 국회는 애써 고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권언유착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다른 의미의 권언유착은 충분히 의심스럽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슈가 발생하거나 혹은 이슈화하기 위해 매우 빈번하게 인용되어 왔다. 언론은 불과 백여 명의 청원도 보도에 인용하기도 했다. 청원 동의가 17만 명을 넘어섰는 데도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고, 또 비상식적인 현상이다.

반면 트위터를 중심으로 온라인 이슈는 요즘 공수처에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든 20만 명을 넘기고자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에 나서는 모습들이다. 어떤 이는 “헤어진 전 남친, 여친에게 친한 척까지 하며 공수철 설치 청원에 동의를 모으자”고 절실한 심정을 트위터에 담기도 했다.

시민들 반응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촛불의 실천은 적폐청산은 물론이고 미래 부패를 방지해애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했다. 특히나 공수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견제하고, 비리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물론 이 부분에 이견과 회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 기소를 독점하고, 수사권까지 가진 검찰이 스스로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가만히 있자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 ‘뭐라도’ 중에서 현재로서는 공수처가 가장 기대치 높은 대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이 지난 12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신경민·진선미·박범계·백혜련·표창원·이재정 의원. Ⓒ연합뉴스

적폐청산은 단기간에 완수될 수 없다. 기득권층의 노련하고도 완강한 방어막을 뚫기는 어렵다.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다 해서 미래마저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수처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시대정신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부패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현 상황에도 권력의 부패에 무딘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정상이다. 공수처 설치를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민주당의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도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요청과 시민들의 요구에도 공수처 설치 인증에 동참한 수가 전체 의원수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적어도 여당 의원이라면 누가 묻기 전에 먼저 나서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여론조성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항간에 여당이 없다는 말이 괜히 떠도는 것이 아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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